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나무도 물고기도 초토화…'눌러앉은 철새'

입력 2020-06-15 21:2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철새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 눌러앉아 사는 텃새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15일) 주인공은 민물가마우지입니다. 겨울 철새였다가 2003년에 텃새화가 관찰됐고 지난해까지 만8천 마리로 그 수가 급증했습니다. 너무 많이 늘어나면서 환경을 해치거나 어민들한테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소양강의 버드나무 군락지입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는 모습이 장관이라,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많이 찾습니다.

이곳은 원래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철새 표지판도 있는데, 논병아리도 있고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이런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유독 많아진 게 이 민물가마우지입니다.

점처럼 다닥다닥.

버드나무 위에 떼로 앉아 쉬고, 먹이를 찾아 물 위를 납니다.

많이 먹고, 많이 배설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희가 가마우지 서식지의 백화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직접 보트를 타고 나가보겠습니다.

강의 중심부, 수면에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하얗게 변했습니다.

모래톱에도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얀 가루가 많습니다.

가까이 다가와 보니 앙상하게 변해버린 버드나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이렇게 하얗게 변해버렸고, 민물가마우지 것으로 보이는 깃털이 남아있습니다.

나뭇잎이 있어야 할 자리엔 이렇게 둥지만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걸어오는 곳곳마다 흰색 배설물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수풀에도 배설물이 묻어있는데요.

마스크를 끼고 옆에 왔는데도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납니다.

여기 사는 민물가마우지는 최소 1800마리, 춘천시에선 강한 산성의 배설물 때문에 버드나무가 말라 죽어 가고 있다며 걱정입니다.

[길종욱/춘천시 환경정책과장 : (배설물이) 굉장히 독성이 강하거든요. 고압세척으로 물청소를 하고 그러는데 뚜렷이 효과가 있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백화 현상이 심각한 또 다른 섬, 멀리서 봐도 주변 섬들과 다릅니다.

섬의 한쪽은 나무가 울창한데, 반대 면은 나무 사이 흙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장마철 산사태 우려도 나옵니다.

[손종구/양수리 어민 대표 : 가마우지가 집단 서식하다 보니까… 저쪽은 아직도 시퍼렇지 않습니까. 1~2년 내에 다 황폐화될 것 같습니다.]

여기 참나무를 좀 보시죠.

한 그루에만 둥지가 7개 정도 있습니다.

여기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켜서 아예 키우는 건데요.

저 위를 보시면 어미 가마우지가 먹이활동을 하러 나간 동안 새끼들이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가마우지들이 민물고기를 먹고 사는데 이것 역시 문제입니다.

2m까지 잠수할 수 있는 가마우지, 주변 민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붕어 같은데요, 민물가마우지가 사냥을 해서 먹다 남긴 것으로 보이는데 크기가 제 손바닥만 합니다.

민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어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경수/경기 가평어촌계장 : 그냥 수백 마리, 많게는 1000마리 이상 와서 먹어치우는데. 농가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내려와서 쑥대밭 만드는데 가마우지가 1000마리씩 되는데 생각을 해보세요.]

실제 가평군이 3년 전 어민 대상으로 추산한 피해금액만 2억 5900만 원입니다.

조업을 접은 사람도 많습니다.

[신현국/민물고기 조업 중단 : 그물 걷으러 가면 다 죽여 놨기 때문에 허탕 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거 갖고는 밥을 못 먹고살아요. 그렇게 해가지고는…]

양식장을 사냥터로 찾아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선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얘네들이 지금 먹는 것들이 재산이나 생명에 피해를 주고 있느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요]

가마우지를 쫓기 위해 공포탄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신현국/민물고기 조업 중단 : 환경부에다가 문의를 해도 쫓는 방법뿐이 없대요. (공포탄으로) 몰고 내려가면 뭐 해. 금방 또 올라가는 거…]

피해가 커지자 환경부는 결국 내년 정밀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피해 규모하고 실제로 아까 말씀드렸던 재산상 피해가 되는지,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런 부분을 정밀하게 조사를 해서…]

먹이활동을 하는 새를 인간이 유해 동물로 지정한다는 건 어찌 보면 맞지 않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빨리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인간과 새의 공존을 향해 가는 길일 것입니다.

(VJ : 최진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정유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