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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 열악한 환경에 절규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

입력 2014-12-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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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병원 노동자들이 "사람 답게 일하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상황일까요?

김관 기자가 밀착 카메라로 들여다 봤습니다.

[기자]

대구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 경북대학교 병원 앞입니다.

고객들과 환자들이 주로 드나들던 주 출입구 앞에는 지금 이렇게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요.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현재 이곳으로는 드나들 수 없다는 문구만 붙어 있습니다.

도대체 이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곳곳에 붙은 파업 관련 대자보.

병원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근무 여건에 대해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

병동 건물 1층 뒤편으로 와봤습니다. 대소변 검사실이 있어서 지금 보면, 소변검사 하실 것을 가져다 놓으시고 계시는데 이렇게 각종 소변들이 놓여 있고, 바로 그 옆으로 이동해보면 자동문 너머로 바로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화장실과 대소변 검사실 사이 비좁은 공간 안에 직원들, 청소 노동자들이 쉬는 쉼터가 있습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여기 앉았습니다. (여기가 그나마 조금 따뜻해서요?) 네.]

대소변 냄새와 화장실 냄새가 섞여 진동을 합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유일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수단이 이 난방구라고 합니다.

밥이 좀 놓여 있고요.

문제는 워낙 낡고 파손되다 보니까 조금만 힘을 줘도 이렇게 부서지는데,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모터와 팬 때문에 손을 크게 다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오늘도 그 위에서 위태롭게 끼니를 해결합니다.

다른 청소 노동자들은 어떨까.

이번엔 병동 위층 한구석입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 환자복, 오염된 것, 폐기물, 피 묻은 것, 피가 철철철 흐르는데. 한번 봐 보세요. 청소하는 노동자들이라고 이렇게 해놓으면 안 되죠. 이게 무슨 개인 병원입니까. 나라가 하는 국립대 병원인데 자기들은 여름 되면 에어컨 팍 틀고, 겨울 되면 따뜻하게 있지요.]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병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차 요금 정산소입니다.

요즘 같은 계절이면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이 곳 직원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씩 근무를 서고 있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추운지 확인하기 위해 여기 안에 온도계를 몇 시간째 둬봤습니다. 지금 화면에 잡힐 텐데, 약 7~8도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회사 측은 마땅한 온열 기구 하나 제대로 설치해놓지 않았습니다.

[주차요금소 근무자 : (난로는 왜 없는 거예요?) 안 해주니까 없죠. 원래 있었는데 위험하다고 (회사 측에서) 치웠어요. (난로 때문에) 과부하 되면 주차 정산이 나갈 수가 있으니까요.]

다시 병원 내부로 들어가 봤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접수 수납 창구는 평소 같으면 사람과 직원들로 북적였을 텐데, 오늘은 한산하고 빈자리도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맞은편 병원 로비에는 직원들 수백 명이 모여앉아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 외치는 구호, 어떤 주장을 담고 있는 건지 들어보겠습니다.

[김대일/경북대병원 방사선사 : 건물만 번쩍이게 지을 것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의료진부터 채워넣는 게 제대로 된 공공의료이고…]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2천 5백억 원이 투입되는 병원 신축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결국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

병원 측은 이미 근무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박명규/경북대병원 총무과장 : 조금씩 조금씩 (개선이) 됐었습니다. 지금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계신 공간도 몇 년 전에 개선이 된 공간이고요. 조금씩 변화되는 중입니다.]

지금 이 병동만 하더라도 간호사들로 북적여야 할 공간이 파업 참가로 인해 각종 기계들마다 포만 뒤집어씌워져 있을 뿐 운영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완전히 병동이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이런 도구함과 밀대도 고스란히 방치돼 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환자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병실 역시 썰렁하기만 한데요.

병원 근로자들에 대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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