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17세 이하 국제 축구대회가 열렸는데, 우리나라와 나이지리아가 1:1로 비겼습니다. 경기 내내 돋보인 핑크색 머리의 이승우 선수, 너무 튄다는 얘기도 듣지만 여기엔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송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유명 축구선수가 됐다는 손자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할머니.
여느 때 같았으면 여든 살 할머니의 침침한 눈으로 손자를 찾아내는 건 힘든 일이었을텐데, 오늘은 아닙니다.
핑크빛 머리로 뛰는 선수, 바로 손주 이승우를 할머니는 한눈에 알아봅니다.
다양한 색깔로 머리를 물들이던 이승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할머니 눈에 확 띄려고 그랬던 겁니다.
이승우는 사실 머리를 물들이지 않아도 도드라집니다.
나이지리아를 맞아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리듯 특유의 발재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할머니는 어릴 적 업어키운 손자가 이렇게나 잘할 줄 몰랐습니다.
[김영희/이승우 할머니 : 나는 축구선수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모르잖아요. 모르는데 박지성 얘기는 많이 들었으니까 박지성만큼만 돼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하지.]
할머니 앞에서 마음껏 누빈 그라운드, 이승우에겐 가장 행복한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