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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소위' 직접 들어가 보니…'8400억' 9분 만에 결정

입력 2014-11-20 21:23 수정 2014-11-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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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들이 지난번에 국민 세금을 다루는 예산 회의를 비공개에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른바 '풀 기자' 대표로 혼자 들어가서 취재하는 기자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 기자가 취재하고 나와서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알려주면 그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되는 것인데, JTBC 류정화 기자가 오늘(20일) 풀 기자가 되어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에 직접 들어가서 취재하고 왔습니다. 도대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류정화 기자를 통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풀 기자' 제가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를 해드렸는데, 혼자 취재하고 온 것이잖아요?

[기자]

장소가 협소하거나, 취재 여건이 나쁠 때 기자 한 명이 대표로 들어가서 취재를 하고 그 내용을 다른 기자들과 공유하는 걸 풀 기자라고 합니다.

지금 예산안조정소위에는 풀기자 한 명이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서 3~4시간씩 회의 내용을 기록해서 30여 개 언론사 기자들에게 메일로 보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정해 그렇게 하기로 정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완전 비공개로 하기는 좀 그렇고, '한 명 정도만 들어와라' 이것이 국회의 결정이라는 얘기잖아요. 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번에 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면 안에서는 취재를 어떻게 합니까? 취재가 용이하기는 합니까?

[기자]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면요.

여야 예결위원들과 부처 관계자, 보좌관들 자리가 쭉 나와 있는데요, 기자석은 이 출입문 뒤에 한 자리뿐입니다.

직접 앉아보니까 맞은편 야당 의원들이 말하는 건 그래도 좀 보이는데 여당의원들이 말하는 내용은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특히 전문 속기사도 2명이 앉아서 내용을 기록하는데, 기자 한 명이 3~4시간 동안 회의 내용 전체를 꼼꼼하게 받아치며 취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기자가 속기사 자격증을 따야 되는 건지, 하여간 그런 상황인데 감액 심사가 내일까지 이뤄진다고 하잖아요. 그다음에 증액 심사가 이뤄지게 됩니다. 그런데 증액심사로 들어가면 국회에서는 아예 한 명도 안 받겠다고 한다면서요?

[기자]

예, 감액 심사는 그나마 국회 내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열리지만 증액 심사는 장소와 시간이 모두 비공개입니다.

예년의 사례를 보면 여의도 근처 호텔방을 잡아놓고 여야 각 2~3명,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요. 거의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합니다.

이때, 이른바 '쪽지예산', 요즘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한다고 해서 '카톡 예산'이라고 하죠.

이런 민원성 지역구 예산이 많이 들어오고 이게 매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른바 밀실 예산, 호텔 예산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습니다. 거기에 별게 다 붙는군요. 카톡 예산까지. 그러니까 비공개 심사를 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인데, 국회나 의원들은 뭐라고 말합니까?

[기자]

의원들은 "이 과정이 공개되면 이해당사자들의 압력행사가 심해질 수 있고, 여야가 합의하고 협상할 여지를 줘야 하기 때문에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요.

수십 조의 예산을 넣고 빼는 문제를 의원 몇 명이 호텔방에서 결정한다는데 투명성, 비민주성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없어 보입니다.

[앵커]

실제로 예산심사하는 분위기는 어떻던가요? 리포트에서 보니 흥정하듯이 "4억 깎지" "2억만 깎지" 이러다가 시간만 다 보내는 상황인데요?

[기자]

한마디로 시간에 쫓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물건 사고팔듯 흥정하는 분위기였는데요.

리포트에서 보신 국가하천 보수 예산, 지방하천 보수 예산이 각각 1800억, 6600억 규모인데 논의가 이뤄진 시간은 각각 8분 30초, 1분 이렇게 해서 10분도 채 안 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6600억을 다루는 데 1분이 걸렸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이건 정말 심하네요. 보통 사람들 같으면 사실 6만 6천 원도 어떻게 써야 할지 고심을 하잖아요. 그런데 국민 세금 6600억을 1분 동안 얘기하고 넘어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요?

[기자]

11시 반까지 회의를 지켜봤는데 시간이 늦어지니까 의원들이 서로서로 "시간도 없는데 빨리하자"고 하면서 회의를 진행했고요.

모 야당 의원이 꼼꼼하게 질문을 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우니까 위원장이 "이 의원이 나간 사이에 우리 빨리 처리를 하자"면서 의원들을 채근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힌 얘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사가 잘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겠군요.

[기자]

네. 제가 지켜본 자리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회의를 지켜본 한 예결위 전문위원은 "일부 의원들이 큰 예산은 슬렁슬렁 통과시키고 작은 예산은 너무 꼼꼼하게 따지면서 시간만 간다"고 자조 섞인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예산안 규모는 방대한데 심사에 주어진 시간은 적고, 의원들의 전문지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매년 예산안 심사에 '졸속', '방만' 이런 수식어가 붙는 것 같습니다.

[앵커]

저희가 보도를 해드리다 보니 류정화 기자 뒤에 어떤 분 사진이 계속 나오는데 그분은 의원은 아닙니다. 그러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류정화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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