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북한 "당신, 오바마 특사 아냐!"…클래퍼 방북 뒷얘기

입력 2014-11-17 09:0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두 명을 석방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이 방북 뒷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북한은 클래퍼 국장에게 오바마 대통의 특사자격을 박탈하고 신병보장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슈격파 이주찬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이번 달 초 미국인 억류자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 두 사람의 귀환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이 은밀하게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있었던 얘기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털어놨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억류자를 데려가면서 뭔가 많은 것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입니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을 정식으로 인정하거나 평화협정 같은 큰 제안을 할 줄 알았지만 아무 것도 내놓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방북한 다음날인 8일 정오쯤 북한 관리가 와서 "협상 메시지는 없고 단지 억류자를 데리러 왔기 때문에 신분이 강등됐다, 오바마 특사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을 통보했는데, 그러면서 "평양 시민은 당신들에게 격앙돼 있다며 신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오랬동안 끌어왔던 미국 억류자를 갑자기 석방하겠다고 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미국과의 큰 협상을 바랬던 거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별다른 조건 없이 석방을 해 줬습니다.

[기자]

미국으로부터 큰 것을 얻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미국의 힘 앞에서는 꼬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도착한 첫날에는 아주 융숭한 대접을 했다고 합니다.

저녁 만찬에선 해산물과 닭, 김치를 포함한 12가지 한식 코스 요리가 나왔는데 술도 한 잔 곁들였고요.

클래퍼는 "음식은 맛있었는데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말을 걸어와 힘들었다며 덜 무거운 주제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는데, 자신은 "특사자격이며 억류자 석방은 긍정적 제스쳐가 될 것이다"는 내용이었지만 "사과는 아니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의 태도가 180도 돌변한 것입니다.

[앵커]

방북 과정의 뒷 얘기를 자세히 전했는데, 억류자를 석방하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나요?

[기자]

또 한 가지 앞서서 자신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던 느낌도 전했는데요.

영접 나온 김홍원 국가안보보위부장이 평양으로 자신과 함께 차를 타면서 45분 동안 이동을 했는데, 하도 말을 많이 걸어서 마치 그 시간이 끝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석방 과정에 대해서도 클래퍼 국장은 자세히 설명했는데요.

특사 자격을 박탈한다고 일방적으로 전한 뒤 3시간쯤 기다리고 있는데, 북한 측에서 이번에는 갑자기 "20분을 줄 테니 빨리 짐을 싸라"고 통보했다는 겁니다.

급하게 짐을 챙겨 고려호텔로 이동하니까 2명의 억류자가 있었고, 김 보위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석방허가서를 읽은 뒤 풀어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엔 억류자 사안이 아닌 다른 현안으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뭔가 얻어내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대목입니다.

[앵커]

클래퍼 국장이 북한의 젊은 관료들에게 희망을 봤다는 이야기도 했다면서요.

[기자]

네, 클래퍼 국장은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그래도 북한이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정은 주변의 나이 든 세대는 자기얘기만 집착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공항으로 안내한 젊은 관료는 달랐다, 희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이용한 공군 수송기가 고장이 나 하루 정도 일정을 허비해 비밀 임무가 공개될까 조마조마 했었다는 긴박했던 뒷 얘기도 털어놨습니다.

관련기사

클래퍼 국장 "북한 관리들이 인권 개입 말라며 비판" 오바마 "북한의 억류자 석방은 작은 제스처에 불과" 오바마 김정은에 친서 전달, 개인 특사가 직접…내용은? 북한, 억류 미국인 2명 석방…미·중에 관계 개선 손짓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