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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쯔위 사태'로 본 대만국기, 왜 문제가 됐나

입력 2016-01-18 22:28 수정 2016-01-1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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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대만 출신 한 걸그룹 멤버가 대만 국기를 국내 인터넷방송에서 흔들었다가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단 소식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배경이 있기에 이렇게 큰 논란으로 이어지는 건지, 그러면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누구라도 이 대만기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 건지 여러 가지 궁금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8일) 팩트체크에서 좀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대만 사람이 대만 국기를 흔든 게 왜 문제가 되느냐?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의견들도 일단 많이 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좀 설명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정식 명칭은 '청천백일만지홍기'인데요.

역사적으로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원래 쑨원이 초안을 만들어 1928년 장제스가 난징에 국민정부를 세웠을 때부터 당기 겸 국기로 써 왔습니다.

[앵커]

쑨원은 손문, 장제스는 장개석. (맞습니다) 옛날에 배운 분들은 그렇게 기억합니다.

[기자]

그러다 1971년 UN총회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곳은 대만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결의하면서 UN에서 이 깃발이 내려갔습니다.

대만은 UN에서도 탈퇴하고 미국, 한국과도 차례로 외교관계가 끊겼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면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도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올림픽에서도 대만은 국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이렇게 오륜기를 넣은 '중화타이페이 올림픽기'를 쓰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런던 시내에 출전국 국기를 걸면서 청천백일기도 등장했는데 중국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이를 내린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영국이나 한국 같은 제3국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 등장에도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 국내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이 기가 절대로 등장하면 안 되는 게 되네요?

[기자]

그런데 사실 지금도 국내에서 청천백일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있는 화교 학교에 가보면 운동장에 청천백일기가 게양돼 있는 모습 볼 수 있는데요. 또, 최근 국내에 진출한 대만계 한 증권회사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청천백일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민간 차원의 이야기고 공식적으로는 좀 다르다고 하는데,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강효백 교수/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 : (공식적으로 청천백일기를 쓰는 것은) 안 됩니다. 국기는 나라 국을 의미하고. (청천백일기를) 국기라고 볼 수 없어요. 국제법적으로. 대만은 국제적으로 나라가 아닙니다. UN 가입국도 아니고. 세계 모든 기구에서 타이완이라는 국호가 없습니다. 인정이 안 돼요.]

[앵커]

단칼에 자르시네요.

[기자]

국제법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인데요.

90년대 초에 한국이 중화인민공화국. 중국과 수교할 때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하고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걸 존중한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어떤 청천백일기와 관련해서 중국의 항의가 들어왔을 때 이를 수용하는 것 이런 이유에서인 겁니다.

[앵커]

그런데… 여기 쯔위 양의 사진이 나오는데요. 국내에서는 아무튼 쯔위 양이 이걸 가지고 사과방송까지 한 것 가지고 굉장히 놀랍게 생각하는 분도 많이 계시더군요.

[기자]

그래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류스타에게 '독도는 한국땅이 아니다'라고 시킨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요.

이렇게까지 판단하기엔 대만 내 정치사정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사과방송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한번 들어보실까요?

[쯔위/트와이스 멤버 : 중국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해협 양안(대륙과 대만)은 하나입니다. 전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앵커]

지금부터 설명할 내용은 좀 잘 들어야 될 것 같은데, 김필규 기자가 얘기하는 걸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정치와 역사와 관련된 얘기인데요.

일단 '양안은 하나다.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런 내용이었죠.

대만 내엔 중국과 대만이 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범람연맹이 있고요.

[앵커]

중국은 하나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만은 중국에서 독립을 해야 된다라고 주장을 하는 범녹연맹이 있습니다.

[앵커]

중국은 2개로 갈 수밖에 없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릴 텐데요.

국민당을 중심으로 한 범람연맹은 중국 본토를 장차 회복해야 할 대상, 미수복 지역으로 보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자신들 중심으로 '중국은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반면 민진당 중심의 범녹연맹은 대만이 중국과 떨어져 따로 독립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번에 당선됐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쪽이 정치적으로 맞서다 이번 선거에선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 범녹연맹이 이긴 건데, 그러니 한쪽 입장에서 볼 때 "양안은 하나고,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쯔위의 해명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 거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 볼 때는 중국 측 압력에 따라 이런 사과가 나온 것 자체를 용납하기 힘든 거죠.

[앵커]

중국은 하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범람연맹도 있지만 중국도 있습니다. 시진핑이 주석으로 있는 그 중국도 중국은 하나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럼 중국이 하나라는 건 범람연맹이나 중국이나 같은 건데, 문제는 이제 둘이 입장이 다르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하나는 맞는데 우리 중심으로 하나야라고 얘기하는 건 각자가 다 마찬가지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여기는 범녹연맹은 그냥 따로 가자 이런 얘기고.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쯔위 양의 해명에 대해서 또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입장이 되는 건데요.

사과 방송 후 중국 환구시보에선 SNS 계정을 통해서 "우리는 전도유망한 한 중국 소녀의 미래를 얻었다. 쯔위 네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놓인다"라면서 "앞으로 용감하게 중화의 빛이 되어라"고 덕담까지 했습니다.

그런 것 보면 중국 측 여론은 어느 정도 무마가 되는 걸 감지할 수 있고요.

하지만 대만 매체에선 이런 중국과 또 사과를 시킨 한국 소속사 측을 비난하는 여론이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하여간 미성년자 소녀 하나를 놓고 너무 모두들 괴롭힌다, 이런 생각도 들기는 드는데. 기획사 측이 잘못 대처한 측면에 대해서는 아무튼 방금 얘기했지만 그런 내용들도 많이 있더군요.

[기자]

양안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데요.

'양국'이 아닌 '양안'이라는 표현 자체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거죠.

그러다 보니 지난해 마잉주와 시진핑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도 서로를 '선생(시엔셩)'이라고 불렀습니다.

[앵커]

이거 아까 얘기한 범람연맹 쪽 사람입니다, 맨 왼쪽 사람은.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대만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60%까지 늘었는데, 민진당 집권 이후 앞으로 이런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선 양안 모두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가지고 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공부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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