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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은 되고 나는 왜 안돼" 13분 회견 내용 뜯어보니

입력 2014-06-24 21:40 수정 2014-06-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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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약 13분에 걸쳐서 사퇴의 변을 밝혔습니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논쟁을 촉발할 만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인용해서 화제 되기도 했는데요. 문창극 전 후보자가 인용한 옥중서신의 내용은 잘못 인용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부 김형구 기자와 함께, 문 후보자의 발언 내용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자신이 임명된 이후 더 대립과 분열이 심해졌다…박 대통령을 도우려 했는데 어렵게 됐다는 것이었지요?

[기자]

네, 문창극 후보자는 박 대통령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무의미하게 돼, 물러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후보자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문창극/전 국무총리 후보자 :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초기에 교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 되다가 이른바 보수·진보 논란으로 빠져든 건 지명되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른 뒤였고, 특히 보수 쪽에서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주 후반부터였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인사청문회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굉장히 서운해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 후보자는 민주주의가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2개의 기둥으로 운영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법을 만든 게 의원들 아니냐고 강하게 항변했는데요, 관련 발언 들어보시죠.

[문창극/전 국무총리 후보자 :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아마도 이 문제는 어제(23일)로 추정된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에서도 강하게 제기된 듯 합니다.

박 대통령이 오늘 안타깝다면서 청문회 얘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하지만, 꼭 인사청문회까지 가는 게 맞는 것이냐, 이를 두고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네, 물론 보수 진영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당사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주고 판단은 국회의원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절차도 생략한 채 자진사퇴를 한 것은 보수 진영이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진영 입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인사청문회가 우리보다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청문회 이전에 여론의 검증을 받고 낙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또, 엄밀히 말하면 국회가 청문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내지 않았으니 청문회는 열래야 열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문 후보자는 개인의 신앙의 자유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느냐고 불만의 감정을 드러냈는데요. 사실 이 문제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었고, 신앙인 문창극과 공직 후보자 문창극이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던데요?

[기자]

네, 사실 이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논란거리였습니다.

문 후보자는 한 교회 강연에서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게 논란을 촉발했는데요, 물론 그 후 "하나님이 시련을 주고 이를 극복하게 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졌는데 문 후보자는 오늘 회견에서 이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밝히는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발언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문창극/전 국무총리 후보자 :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겁니까.]

[앵커]

이 부분이 좀 논란이 된 것 같은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서 나온 내용,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제가 들고온 이 책인데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을 묶은 책입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말한 민족적 고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취지로 적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인데요,

"하느님은 전능하시지만, 이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일일이 간섭하시는 컴퓨터의 조종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악을 만드시거나 주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를 악용하여 만든 것이 그 대부분이라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시련이나 고난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돌리는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겁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아무튼, 문창극 전 후보자의 사퇴의 변도 여러 가지 얘깃거리를 남기는군요. 김형구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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