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 보도를 보면 자발적으로 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전경련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 것이냐에 의문이 생깁니다. 정치부 서복현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서 기자, 납부를 요청했다는 건 기업들이 돈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돈을 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적극적으로 냈다면 납부 시한까지 못 박으며 독촉하는 서면을 보내지는 않았겠죠.
[앵커]
보면 "나흘 뒤까지 내라" 날짜까지 못 박았는데, 미르 재단에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요, 그 당시에?
[기자]
지난해 10월 26일, 미르 재단 설립을 허가할 당시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부 문서입니다.
법에 따라 등기를 3주 이내에 마치고 10일 이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약 한 달이죠.
결과를 제출할 때 신청서상의 재산도 법인에 이전했는지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신청서상 재산은 당시 469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니까 독촉한 거죠. 실제 독촉 사흘 전에 미르 재단의 계좌 내역을 보니 257억원 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절반이 조금 넘는 그런 상태였네요. 독촉까지 해서 돈을 받은 건데 그만큼 기업에서도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읽힐 수 있겠군요.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이사회 의결 등 회사의 사전 심의도 거치지 않고 기금을 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절차도 지키지 않고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서 기업들이 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런데 재단 설립할 때는 돈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인데, 약정서도 썼다고 하고요.
[기자]
미르 재단이 설립할 당시에 19개 기업이 재단출현증서를 썼는데요. 이 증서도 입수해서 봤습니다. 많게는 60억 원대를 내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작성 날짜를 보면 7곳이 지난해 10월 26일, 25일이 한 곳입니다. 26일은 바로 문체부에 재단 신청을 한 당일입니다.
재단이 허가 신청 당일에서야 부랴부랴 출연증서를 받아서 문체부에 제출한 겁니다. 그나마 이 중요한 문서에 11개 기업의 것에는 아예 작성 날짜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앵커]
상당히 서두른 느낌은 납니다. 여기까지 미르재단 얘기고, K스포츠 재단의 경우는 어떤가요? 거기에도 19개 기업이 출연을 했잖아요?
[기자]
K스포츠재단이 재단 설립 신청을 한 날은 지난 1월 12일인데요.
열흘 쯤 전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신청 전날인 11일까지 증서를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포스코의 경우에는 재단 창립 회사도 아니고 이런 증서도 쓰지 않았는데 지난 4월쯤 19억원을 냈습니다.
[앵커]
그런 경우도 있습니까. 전혀 처음에 대상도 아니었는데 19억원이면 적은 돈도 아닌데…
[기자]
일단 출연증서를 쓰지 않았다는 것과, 창립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확인이 됐는데 왜 19억을 뒤늦게 냈는지는 좀 더 취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앵커]
재단 설립이나 운영과정에 정권 실세와 비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 그런 의혹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교문위 국감에서 거듭 제기가 되고 있죠?
[기자]
현재 야당 단독으로 교문위 국감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개입 의혹을 더민주 노웅래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잇따라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옛 보좌관이었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고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기도 하지요.
최씨가 K스포츠 재단 이사진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미 나온 상황이고요. 최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이사진과 팀장급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녹취도 공개된 상황입니다.
차씨는 CF감독 출신인데,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의혹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취재가 필요한 내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청와대 입장은 뭔가요?
[기자]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비선실세는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안종범 수석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이란 존재, 또 대통령과의 만남 여부 등에 대해 말 할 수 있거나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비서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움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 비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거겠지요.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