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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댓글 여론' 불신…헤비 유저에 포털도 가세?

입력 2018-04-25 08:21 수정 2018-04-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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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온라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많은 사람의 목소리, 즉 여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댓글 조작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경쟁하듯 댓글 기능을 키워오면서도 부작용을 방치한 포털 사이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댓글 조작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박준우 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박 기자, 이른바 '헤비 유저'로 불리는 댓글 이용자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는 댓글 조작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요.
 

[기자]

먼저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 현황을 분석해주는 워드미터라는 웹사이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지금까지 네이버 뉴스에 한 건이라도 댓글을 단 사용자는 175만 2500여 명입니다.

그 가운데 1000여 개 이상 댓글은 단 아이디는 3500여 개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사용자인 약 4500만 명의 0.008%에 해당합니다. 상당히 극소수인데요.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 사용자의 포털 뉴스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자연스레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되고 이런 댓글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댓글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조작 사건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돈을 받고 댓글을 써 주거나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감수를 조작하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댓글을 다는 것일까? 저도 궁금했었는데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매우 극소수가 댓글을 장악하고 있군요. 댓글의 내용도 직접 분석을 해봤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6달 동안 최상위 헤비 유저 30명이 단 댓글을 분석했습니다.

이 30명이 7만 5000여 개의 댓글을 쓴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현재 한 아이디 당 하루에 20개까지 댓글을 쓸 수 있는데 거의 최대치를 매일 작성한 것입니다.

특히 같은 댓글을 복사해서 퍼트리는 경향도 보였는데요.

어제(23일) 하루치 내용을 분석해 봤더니 한 헤비 유저의 경우 '이것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말하는 정의로운 세상인가요?'라는 똑같은 댓글을 20개 복사해 퍼트렸습니다.

3개의 서로 다른 정치 기사에 같은 댓글을 갖다 붙인 것입니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기사에 정치 성향의 댓글을 단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유저는 로또 복권 당첨 번호 기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 여러 개를 달았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면 하루에 하나의 아이디로 최대 20개의 댓글을 달 수 있는데, 모두 다른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댓글을 20개로 복사해서 여기 저기 갖다 붙인다는 얘기군요?

[기자]

네, 30명이 모두 똑같은 패턴을 보인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습니다.

댓글량이 두 번째로 많은 한 유저도 똑같은 댓글을 여러 기사에 남겼는데요.

헤비 유저들의 또다른 특성이 정치 기사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정치색이 짙다는 점입니다.

댓글량 2위인 유저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정확히 일주일 동안 98개의 댓글을 남겼는데 정치 기사에 97개, 사회 기사에 1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정부의 복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들이었는데요.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등 보수 성향을 보인 유저가 30명 가운데 21명이었고, 중도 진보 성향이 9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네이버 측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 소수의 이용자가 댓글 여론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아무래도 포털 입장에서는 이용자 클릭 수와 체류 시간이 늘어야만 광고 단가를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3년 전 댓글 정책을 일부 수정했는데요.

댓글의 정렬 방식을 최신순에서 호감순으로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이른바 '댓글 전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성향에 따라 공감과 비공감을 서로 누르는 다툼이 벌어진 것인데요.

네이버는 또 지난 2006년, 하루 최대 댓글 수를 기존 무제한에서 10개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는 또다시 20개로 늘렸습니다.

문제가 불거지고 비판이 늘면 정책을 바꾸고, 그리고 조금 다시 잠잠해지면 다시 슬그머니 돌아가기를 반복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포털 사이트 덩치와 영향력에 맞는 책임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같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오늘 댓글 시스템을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될까요?

[기자]

아무래도 늦은 감은 있지만, 개편안은 헤비 유저들의 댓글 과다 작성을 막는 방향이 될 전망입니다.

먼저 네이버는 아이디 한 개당 작성 가능 댓글 수를 줄이기로 했고, 공감·비공감 누르기 횟수도 제한할 방침입니다.

또, 댓글 작성 후 10초가 지나야 추가 댓글을 달 수 있는 시간 제한 기능이 있었는데 이 시간 역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정치권 등이 요구해온 댓글 '최신순 정렬' 방식은 일부 수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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