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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요청→박 대통령 지시…공소장 속 '끈끈한 공모'

입력 2017-03-0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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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 대통령과 최씨는 삼성 지원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자주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심지어 최씨 일가를 도운 삼성 박상진 사장에게 박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악수를 청하며 고맙다는 말을 한 것도 최씨가 연출한 것이라는 정황까지 나왔습니다. 최순실 공소장에 드러난 대통령과 최씨의 끈끈한 공모 관계를 취재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짚어보겠습니다.

이서준 기자, 삼성 돈을 받아내는 과정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사이에 얘기가 오가면서 마치 역할이 나눠져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죠?

[기자]

네, 최순실 씨가 요청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관료들에게 지시하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먼저 최 씨가 삼성 지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이후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최씨의 요청을 그대로 전달하는 식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김종 전 차관에게도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 지원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세 차례나 독대를 했잖아요. 독대할 때마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에게 요청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최 씨의 공소장을 보면 그렇습니다. 우선 2014년 9월 최씨는 당시 승마협회 회장사인 한화그룹이 정유라씨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판단하고, 박 대통령에게 회장사를 삼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15일 이재용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라"고 했습니다.

[앵커]

간간히 나왔었던 얘기이긴 한데 이번에 나온 문건에서 그대로 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는 거잖아요. 최 씨의 말을 박 대통령이 그대로 옮겼다는 거군요. 그런데 삼성이 정유라씨를 본격적으로 지원한 시점은 2015년 7월 독대 이후부터입니다. 이때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것이 그대로 나옵니까?

[기자]

정유라 씨가 출산을 한 2015년 5월 이후 본격적으로 대통령과 최씨의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2015년 7월 최씨는 "A 상무와 B 부장이 정유라 지원에 소극적이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직계 간부들로 바꿔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후 박 대통령은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 자리를 잡고 "전에 얘기한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무엇을 한 거냐, 승마 유망주 해외전지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삼성이 그걸 안 하고 있다"고 채근하면서 최씨가 말한 직계 간부들로 승마협회 파견 임원들을 바꾸라고 했습니다.

[앵커]

내용들을 들어보면 큰 따옴표를 따서 그대로 옮겨놓은 상황인데, 삼성이 이 때부터 최순실씨 측에 본격적으로 돈을 보내기 시작한 거죠?

[기자]

공소장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7월23일 독대를 앞두고 긴급회의를 해서 정유라씨를 아직 지원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합니다. 25일 독대 당일엔 삼성 간부들에게 "대통령이 원하는 사항을 모두 충실히 이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27일엔 최 씨가 원하는대로 승마협회 임원들이 교체됐고, 29일 박상진 삼성 사장이 독일로 최순실 씨 측을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8월26일 최씨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삼성이 213억 원을 지급하는 계약이 독일 현지에서 맺어졌습니다.

[앵커]

매우 빠르게 진행이 됐군요. 최씨의 경우 박 대통령에게 요청을 하면 삼성이 바로 지원을 할 것으로 알고, 삼성 돈을 받아낼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다는 걸로 보일 정도인데요.

[기자]

최 씨는 대통령와 이 부회장의 독대 전인 2015년 6월부터 준비합니다. 측근인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에게 "235억 원 지원 받는 로드맵을 작성하라"고 지시하고, 정유라를 6월30일 독일로 출국시킵니다. 미리 준비를 한 건데요.

돈을 받아낼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란 회사도 미리 만들어 바지 사장까지 세웠습니다.

독대 당일엔 승마협회 박원오 전무에게 "박상진 삼성 사장이 승마 지원과 관련해 연락이 올 거다. 독일에서 만나라"고 지시했습니다.

독대 일정과 독대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을 통해 미리 최씨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이렇게 척철 일정을 맞출 수 있었던 겁니다.

[앵커]

결국 최씨의 민원이 성사되도록 박 대통령이 전달하고 도왔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군요.

[기자]

네, 심지어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방문 때 박상진 삼성 사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승마 등을 지원해 줘 감사하다.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최씨는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악수는 잘 하셨냐?"고 말했습니다.

최씨가 시키는대로 박 대통령이 박 사장을 찾아가 악수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대통령에게 악수까지 시킨 최씨를 두고 정작 박 대통령은 단순한 지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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