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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국물 억지로 벌컥…울산 어린이집, '밥 고문'까지

입력 2020-11-04 21:09 수정 2020-11-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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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가 무릎을 꿇고 식판에 남아있는 국물을 허겁지겁 마십니다. 밥을 잘 안 먹으면 아이 다리를 발로 밟고 또 아이를 물건 다루듯 던졌던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선 밥 먹는 시간이 고통이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혹하게 괴롭히는 영상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어린이집은 1년 전에 학대가 없는 '열린 어린이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식판을 들고 교사 앞에서 선 아이가 안절부절못합니다.

교사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지적하자, 아이는 자리로 되돌아가 무릎을 꿇습니다.

이어 식판을 입 쪽으로 가져간 뒤 연거푸 들이킵니다.

[B양 아빠 : 남기게 되면 선생님이 다시 먹으라고 한다. 저희 딸도 집에 오면 국물을 들고 마셔요.]

아이들은 마치 경쟁을 하듯 교사에게 식판을 보여줍니다.

통과를 한 아이는 교실 밖으로 나서는 반면 통과를 못 한 아이는 자리로 되돌아가 남은 음식을 모두 먹습니다.

[B양 아빠 : 숟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밥을 쌓아서 한꺼번에 입에 구겨 넣어요. 천천히 먹으라고 하니까 제일 빨리 먹는 사람한테 칭찬 스티커를 준대요. 그 말은 식고문이거든요.]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호흡기 질환 등 지병이 있어 밥을 잘 먹지 못한 같은 반 친구 A군이 혼나는 모습을 종종 봤기 때문입니다.

[A군 엄마 : (입에 밥 물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 때려요. (밥 얼른 먹어 보자, 빨리 먹어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 빨리 먹어.]

그런데 식사 중에 A군이 내동댕이쳐진 뒤 끌려나가는 등 학대당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이들은 매번 태연하게 밥을 먹습니다.

아이들에겐 이런 일이 일상화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동상담·심리전문가 : 선생님이 너무 무서우니까 자기 일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면 선생님의 학대 행동이 그냥 아이들한테는 아무렇지 않게 만성화돼 버린…]

지난해 울산 동구청은 해당 어린이집을 '열린 어린이집'으로 선정했습니다.

평가 항목은 아동학대 근절과 좋은 보육환경 등입니다.

학대 교사의 모친으로 확인된 원장은 최근까지 울산 동구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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