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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수·선거해 마다 대형산불…동해안 산불 '징크스'

입력 2018-03-28 16:13

1996·1998·2000·2004년 짝수해 선거 때 여의도 96배 불타
"우연의 일치 불과…철저한 예방으로 산불 사전 방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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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998·2000·2004년 짝수해 선거 때 여의도 96배 불타
"우연의 일치 불과…철저한 예방으로 산불 사전 방비 중요"

짝수·선거해 마다 대형산불…동해안 산불 '징크스'

올해 들어 강원 동해안에서 산불이 잇따라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대형산불이 발생한 과거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산림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 2월 사흘 밤낮 축구장 164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 삼척 노곡·도계산불에 이어 28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자 '선거가 있는 짝수 해 대형산불' 징크스가 되살아났다.

고성 산불은 진화 헬기와 인력을 대거 투입돼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강풍으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강원 동해안은 3∼5월 양양과 고성 간성(혹은 강릉) 사이에서 '양간(강)지풍'으로 불리는 고온건조한 국지적 강풍이 분다.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서풍기류가 유입될 때 자주 발생하는 데, 양간지풍이 발생할 때 산불이 발생하면 동시다발 및 대형산불로 확산할 위험이 매우 크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1일 발생한 삼척 산불은 사흘간 117㏊를 태워 올해 들어 첫 대형산불로 기록됐다.

올해는 공교롭게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리는 짝수 해다.

그동안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강원 동해안에는 대형산불 산불이 발생한다'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다.

선거와 짝수 해가 겹친 올해 또다시 심한 봄 가뭄 속에 삼척 대형산불이 발생하자 동해안 시군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동해안에서는 유난히 대형산불이 많았기 때문이다.

1996년 고성 산불은 선거가 있는 짝수해 대형산불 징크스의 시발점이다.

그해 4월에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였다.

당시 4월 23일 발생한 산불은 사흘 만에 진화했지만, 3762㏊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16개 마을 주택 227개가 불에 타 200여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이 때문에 이번 고성 산불은 긴장감을 더한다.

제2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 3월에는 강릉 사천면 덕실리에서 불이 나 350㏊를 태워 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0년 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해에는 고성에서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138㏊가 초토화돼 여의도(290㏊)의 79.8배나 되는 산림이 불에 타는 초대형 산불이 났다.

속초 청대산(180㏊)과 강릉 옥계(430㏊) 산불이 난 2004년에는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대형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만도 27860㏊로 여의도의 96배에 이른다.

징크스라고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산림과 지역 주민에게 안긴 상처가 너무 컸다.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 화재 이후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더는 대형산불은 나지 않았다.

이후 봄이면 예방활동이 강화되고 신속한 초동대응, 완벽한 진화가 이뤄지면서 대형산불은 지난해 강릉과 삼척에서 대형산불이 날 때까지 10여 년간 잠잠했다.

지난해 3월 75㏊를 태운 강릉 옥계 산불과 같은 해 5월 327㏊ 산림을 태운 강릉 성산·삼척 점리 산불 등 대형산불이 잇따랐지만, 짝수 해도 아니고 선거가 있지도 않아 징크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척 노곡·도계 산불에 이어 고성 산불이 발생, 2004년 이후 14년 만에 되살아난 '선거가 있는 짝수 해 대형산불'이라는 악몽이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징크스도 우려와 불안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불식하려면 철저한 준비로 산불을 사전에 방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선거가 있는 짝수 해와 대형산불과의 상관관계는 찾기 어렵다.

그러면 왜 그때마다 대형산불이 나는지 주민들은 의구심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지역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쏠리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대세다.

앞서 동부지방산림청은 지난 15일부터 4월 20일까지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방지대책본부 연락체계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대응태세를 강화했다.

논·밭두렁 태우기 등 소각행위와 입산자 실화 예방을 위해 산불감시인력 487명을 산불취약지에 배치하고, 주말에는 공무원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기동단속에 나섰다.

보유한 드론 12대를 활용해 공중예찰을 하는 등 입체적인 감시에도 나섰다.

특히, 대형산불 방지를 위해 동해안 산불방지협의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현장대응력을 강화했다.

지역책임제를 추진하고 중·대형 산불 및 야간산불 발생 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를 신속하게 투입해 초동진화할 수 있도록 출동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산림 당국의 한 관계자는 "매년 봄철 동해안에는 고온·건조한 날씨의 영향으로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했다"라며 "산불대응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형산불 특별대책을 통해 산불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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