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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란' 한숨 깊어지는 빵집·식당…가정도 울상

입력 2016-12-27 14:20

이익 줄어도 가격은 못 올리는 상인들

"계란 비싸졌다고 빵값 올리는 게 쉽나"

"2500원짜리 라면에 계란 하나 넣기 난감"

도매업자들 "서울 절반이 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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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줄어도 가격은 못 올리는 상인들

"계란 비싸졌다고 빵값 올리는 게 쉽나"

"2500원짜리 라면에 계란 하나 넣기 난감"

도매업자들 "서울 절반이 문 닫았다"

'AI 대란' 한숨 깊어지는 빵집·식당…가정도 울상


'AI 대란' 한숨 깊어지는 빵집·식당…가정도 울상


"무작정 뺄 수도 없고, 넣으려니 남는 게 없고…."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가 불러온 '계란 파동'으로 누구보다 울상인 건 계란이 영업과 직결되는 상인들이다.

가정에서는 값이 오르고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동안 구매를 줄이거나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쳐도, 계란이 주재료인 빵집이나 여러 메뉴에 계란이 필요한 식당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닭의 부화물인 '계란'이 이익도 없으면서 버릴 수도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 닭의 갈비뼈, '계륵'이 돼 버린 듯한 웃지 못할 형국이다.

◇"계란 많이 들어간다고 안 만들면 손님에 장난치는 셈…"

AI 발생 후 계란값은 상승 일변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6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한 판의 평균 가격은 7510원, 최고가 8800원, 최저가 6000원이다. AI 발생일은 지난달 16일. 1개월 전 평균 가격은 5409원, 최고가 6980원, 최저가 4160원이었다. 평균가, 최고가, 최저가 모두 약 2000원이 뛴 것이다.

계란 한 판 평균가가 7000원을 넘은 건 aT가 계란 소매 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더구나 집계결과가 이럴 뿐 구매현장에선 이미 계란 한 판에 1만원이 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렇다보니 계란 공급이 곤란해지면 장사 자체가 휘청거리는 빵집 주인들에겐 계란이 속된 표현으로 '살 떨리는' 존재가 돼 버렸다. 계란 원가가 올라 이익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송모(56)씨는 "계란 원가가 배 이상 올라 타격이 크다"며 "그렇다고 빵 가격을 한 번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카스테라처럼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이라고 아예 안 만들면 소비자에게 장난치는 셈이니까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있다"면서 "상황이 심각해서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마카롱 전문가게를 운영하는 정모(39)씨는 "마카롱이 빵보다는 계란이 적게 들어가서 타격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이윤이 2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그래도 가격은 아직 안 올렸다"고 밝혔다.

계란이 식당 반찬에 단골로 등장하고 '서비스 아이템'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되는 풍경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하는 이모(53)씨는 "원래 계란찜을 서비스로 줬는데 계란값이 금값이 돼 버려 김치전으로 바꿨다"며 "요즘 같은 계란 원가면 (서비스이던) 계란찜을 2000~3000원에 팔아도 손해일 판이다. 계란이 들어간 요리는 당분간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여의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54·여)씨는 "원래 라면에 넣어주던 계란을 갑자기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그릇 2500원짜리 라면값을 갑자기 올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도매업자 "우리가 가격 조정? 문 닫을 판"…가정에서도 진풍경

계란 도매업자들은 폭등하는 계란 가격에 요즘 하루하루가 절망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에서 계란 도매업을 하는 최모(45·여)씨는 "물건이 없어서 장사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는 대기업이나 상인들에게만 물건을 빼주고 있다. 서울 쪽은 도매업 절반이 문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언론에 도매업자들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 농장에서 '갑질'을 하고 있다. 지금은 고시가격 자체가 아예 무너져서 농장에서 달라는대로 줘야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 굶어죽게 생겼다. AI가 4월까지 간다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암담해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빵집 등 여러 소매업자들은 "주거래처인 도매업도 산지에서 계란을 공급받지 못해 도산됐다고 해서 다른 거래처와 연결해서 수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에서도 다른 때 같았으면 보지 못했을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47)씨는 "최근에 계란후라이가 먹고 싶어 냉장고를 보니 계란이 3~4개 있었다. 별 생각없이 2개로 해 먹었는데, 그걸 가지고 아내가 화를 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서 네살배기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41)씨는 "아기들은 밥 먹기 싫다고 떼쓰는 경우가 많고, 자식이 밥을 안 먹으면 부모 입장에선 속상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아이 둘 다 계란밥을 해주면 좋아해서 엄마 입장에서 편하고 좋았다. 왜 하필 우리 아이들이 제일 잘 먹는 계란 가격이 그렇게 오르는지 짜증이 난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향후 수개월 간은 계란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하는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내년 1~2월 계란 산지가격은 1100~1300원(특란 10개)으로 전망됐다. 12월 전망치였던 1150~125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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