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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슬픔의 팽목항…이어지는 '위로의 발길'

입력 2016-12-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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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7시간 관련 의혹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요.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서 다시 팽목항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수습되지 못한 9명의 가족이 지키고 있는 팽목항을 밀착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풍랑주의보가 내린 팽목항에는 배가 뜨지 못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바람을 뚫고 팽목항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백영순/경기 광주시 : 휴가를 받아서 이제 오고 싶었던 곳이 이곳이었어요. 요즘 또 대통령 이런 문제도 있고…]

미수습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빌며 어머니의 유품인 묵주를 팽목항에 두고 가기로 했습니다.

[백영순/경기 광주시 : 저는 이게 소중하지만 묵주를 걸어놓음으로써 내 마음이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걸어놓고 왔어요.]

이곳 팽목항 분향소 한켠에는 9명의 미수습자를 의미하는 9켤레의 고무신이 이렇게 놓여있습니다.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벽 한켠엔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9개의 액자에는 아직 사진이 채워지지 못했습니다. 이쪽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편지가 이렇게 놓여 있고, 벽 한켠 TV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사진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바깥쪽에는 방명록이 있습니다. 추모객들이 남긴 글이 최근에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글을 좀 읽어 드리면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도 보이고, 최근 시국을 반영한 듯 "박근혜 탄핵", "박근혜 퇴진하라" 라는 글도 눈에 띕니다.

방명록엔 지난 4일엔 66개, 5일에는 28개의 새 글이 쓰여졌습니다.

촛불집회 국면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거세지면서, 팽목항을 잊지 않으려는 발길이 늘고 있는 겁니다.

[박재현/서울 후암동 : 솔직히 멀잖아요 서울에서 많이. 그런데 이번 기회에…저번에 광화문도 나갔다가 오고, 좀 마음의 짐이 계속 있었어요. 마음속에.]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 양의 부모, 권재근, 권혁규 부자의 형이자 큰아버지인 권오복 씨는 세월호 인양을 기다리며 2년 넘게 팽목항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은 미수습자 가운데 한명인 조은화 양의 부모님이 생활하는 팽목항 임시 컨테이너 거처입니다.

부모님 동의를 얻어 내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내부 면적은 약 12㎡입니다. 천정과 벽을 보시면 얼룩이 있는데요, 지난 여름 지붕에서 빗물이 새서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쪽에는 약봉지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은화 양 부모님이 몸이 점점 쇠약해 지면서 고혈압, 당뇨, 소화불량 등 계속 먹는 약만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켠에는 "우리 은화를 찾아 주세요" 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보이는데요. 지난 6차 촛불집회때 직접 은화 부모님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들었던 피켓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바라보던 은화 엄마 이금희 씨는 착잡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이금희/은화 엄마 : 그걸 보고 있으면 저 사람들은 저것을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 모였나? 저 사람들은 최소한 이 세월호를 아파하며 정확하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있나?]

7시간 의혹 규명도 중요하지만, 이러다 인양 문제는 묻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수시로 엄습합니다.

[허흥환/다윤 아빠 : (인양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답을 해주고 싶으세요?) 인양이 왜 필요…저희들은 인양을 해야 가족을 찾기 때문입니다. 인양을 안 하면 가족을 못 찾는 거잖아요. 진상 규명을 하게 되면 세월호 배 없이는 못 하는 거잖아요.]

이곳에서 불과 30km 떨어진 곳이 바로 세월호 참사 발생 지점입니다. 그리고 그 차가운 바다속엔 아직 9명이 남아있습니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돼 더 이상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것, 이게 바로 이곳 팽목항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이 하게 된 가족들의 서글프고 작은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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