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열정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준다는 핑계로 돈을 적게 주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걸 말하죠. 그런데 요즘엔 갑이 될 줄만 알았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합니다.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6개월의 실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는데, 일부 지방변호사회가 50만원 이상 주지 말자고 결의한 내용까지 나오면서 이 또한 갑의 횡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로스쿨을 졸업한 박모 씨는 지금 한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전에 다른 기관에서 실무교육과정을 받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로스쿨 졸업생 : (로펌들이) 무급으로 가르친다기보다는 업무를 주고, 6개월 지나고 나서는 채용까지 연결되지 않는 그런 식으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는 다른 동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로스쿨 졸업생 : 6개월 동안은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것 때문에 너무 적은 페이를 주는 건 아닐까, 우선 인력이 나왔으니까 싼값에 써보고, 아니면 말고…]
취재 과정에서 한 지방변호사회의 내부 공문을 입수했습니다.
"로스쿨 연수생의 월급을 50만원씩만 지급하자"는 문구가 보입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사법시험 출신들과 신분상 차별을 두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민호/변호사 : 법무법인들은 수습 변호사들의 월 급여를 최대한 깎으려고 혈안이 돼있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력 착취로 이어집니다. 법조계의 '열정페이'에 다름 아닙니다.]
로펌들이 사실상 담합을 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세림/변호사 : (6개월 동안) 의뢰인들을 상담하는 일을 많이 했고요. 서면 작성하고…. 그 기간이 6개월이라는 것은 다소 길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지방변호사회는 지역 변호사 사무실 경기가 어려워 이런 제안을 했을 뿐 담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시간과 비용을 들인 청년 변호사들이 오늘도 부당한 처우를 받고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