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오늘(9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위스키입니다.
"위스키 앤 캐시"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DJ 정부시절, 한 정권 실세가 언론인들을 대해온 방식을 말합니다. 위스키, 기자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캐시, 이른바 '용돈'을 쥐어주며 구슬려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위스키'가 논란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당시 전 법무부장관이 1993년 재판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고급양주를 돌렸다는 의혹이 보도된 겁니다. 그것도 언론사 '등급' 별로 '등급'이 다른 위스키를 보냈다는 뒷얘기마저 나와 두고두고 구설에 올랐지요.
두 개의 위스키 이야기는 정권이 그리고 권력이…언론을 어떻게 여겨왔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권력이 언론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보도지침을 만들고 비판적 언론인을 해직하는 등 엄혹한 탄압을 가하거나 위스키 앤 캐시, 즉 입맛에 맞는 기자를 장학생처럼 키우며 회유하거나…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혹시 옛날 이야기 같으십니까? 방금 한 이야기들은 오늘날도 현재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권력자들의 인식 속에서는 말입니다.
일선 기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언론보도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일종의 '위협'을 가한 겁니다. 만약 사실이어도 큰일인 문제이고 아니라 해도 언론에 대한 그의 인식이 이렇다면 더더욱 큰일 날 노릇입니다.
히틀러의 최측근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언론은 정부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만약 지금의 세상 역시 "언론은 정부의 피아노다" 이렇게 여기는 권력이라면 언론은, 그리고 기자들은 여기에 어떻게 답하실 겁니까?
이완구 후보자가 원내대표 시절 누군가에게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청탁받으면 처벌받게 되는 김영란 법에서 언론인을 빼야 한다고 제안했다지요? 언론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답니다.
그러나 언론인도 꼭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려도 되고 자존심도 상합니다. 언론인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십시오. 대신 2월에는 꼭 처리하라"는 요구, 중앙일보의 이규연 논설위원이 이미 지난 1월 30일자에 쓴 칼럼입니다.
이번에도 중앙일보라서 고른게 아니였습니다. '이규연 논설위원의 생각이 많은 언론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있다'하는 생각에서 골랐습니다.
위스키에 취한 언론이 아닌, 투명한 권력과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을 지키고 싶은 언론인들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