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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강제입원' 공개변론…"자기결정권 침해"vs"적시치료위해 필요"

입력 2016-04-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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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강제입원' 공개변론…"자기결정권 침해"vs"적시치료위해 필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의 동의만으로 정신질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 수 있는 것은 타당할까.

헌법재판소는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제청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쟁점이 된 정신보건법 24조1항은 '정신의료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이 정신질환자의 신체적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정신질환자의 적시 치료와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우선 청구인 측은 정신질환자의 의사 확인 없이 강제입원 되는 만큼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며 적법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정신질환자가 입원여부 결정에 관한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해 의사결정권을 배제하고 있다"며 "정신과전문의 한명에게 판단재량이 주어져 자의적 진단이나 입원치료의 필요성, 위험성 판단 등에 있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보호자 등에 의해 불법 감금되는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조항은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강제적인 약물 투여와 격리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입원 치료와 시기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직접 당사자의 의사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형사 범죄자에 대해서도 방어권이 보장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자는 입원 과정에서 방어권 기회 등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부당한 보호입원에 대한 사후적 구제수단 및 안전장치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장관 측은 정신질환자의 적시 치료와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측 대리인은 "이 조항은 보호의무자의 후견적 동의 아래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켜 치료해 건강한 가정 및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데 입법목적이 있다"며 "보호의무자들이 정신질환자를 방치하는 것을 막고 전문의 판단 없이 강제 입원하지 않도록 마련한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호입원이 오남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감금죄와 같은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방지해야 하며 제도 자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다"면서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공익과 함께 환자의 적시 치료 및 인권 보장 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제든지 환자나 보호자가 퇴원을 신청할 수 있고 의사가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는 한 퇴원시켜야 한다"며 "권리구제절차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양측의 주장을 듣고 의문점과 우려점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조용호 재판관은 "정신질환자와 보호의무자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부당 입원되는 점을 지적했지만, 실제 보호자의 입장에서 입원이 절실한 경우도 있다"며 "보호입원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 대리인은 "충돌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자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는 응급입원 등 얼마든지 조치할 수 있다"며 "정신질환자의 의사능력 여부 등이 고려돼야 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된 제3의 심사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재소장도 "전문의의 진단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현재 정신질환자 대처가 지나치게 수용 위주로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측 대리인은 "법 제정 당시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국가가 아닌 가족의 일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며 "20여년간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한 숫자가 2명으로 바뀐 것 외에 법이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 재검토할 시기는 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A씨는 이 조항에 의해 2013년 11월 자녀 2명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원 진단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A씨는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만한 정신질환자가 아님에도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강제 입원이 됐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법에 따른 구제청구를 냈고, 사건이 심리 중이던 2014년 2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강제입원은 보호자와 정신질환자의 이해충돌 우려에 대한 대책이 없고,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및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같은해 5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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