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국제시장'
오늘(30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입니다.
부산 국제시장에 처음부터 '국제'라는 이름이 붙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물건을 내다 파는 노점이 모여 자연스레 시장이 만들어졌고 당시 불렸던 이름은 '도떼기시장'… 1948년 이후에야 자유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 자유시장이 북적이게 된 시기는 한국 전쟁통이었습니다.
부산은 전국에서 몰려온 피란 인파로 넘쳤고 구호물자와 미군창고에서 흘러나온 물건들. 양담배와 미제화장품이 등장했습니다.
국제시장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습니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많은 이들의 삶 터가 되었던 국제시장이 다시금 화제가 됐습니다.
역동의 시기를 견뎌낸 아버지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몰이 중이고 한 평론가의 영화평이 논란이 됐지요.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은 정말 토가 나온다. 정신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문제가 된 말을 옮기면 이랬습니다.
물론 영화는 대중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 역시 자유입니다.
칭찬을 할 자유도 혹평을 할 자유도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영화평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딱 들어맞는 평가다. 박수를 칠 자유와 반대로 당신의 생각은 맞지 않다. 이렇게 비판할 자유가 똑같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습니다.
때 아니게 이 영화평론가의 출생지가 논란이 됐지요.
전라도 출신이라는 겁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논쟁에 출신지라는 낡은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우리 사회는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갑니다.
부모 고향까지 따져가며 낙인을 찍고 밀쳐내던 황당했던 그 시절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논란이 됐던 한 기업체의 채용기준은 이랬습니다.
"전라도 출신은 지원 불가"
거센 비난 끝에 이 기업은 직원 실수라며 공식 사과했죠.
씁쓸한 뒷맛을 남겼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였던 전쟁통 국제시장 안에는 나와 남이 따로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함께 살아내야 했던 다들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전라도와 경상도. 재외동포와 지역 토박이가 뒤섞여 말 그대로 '국제적' 화합을 이뤘던 국제시장을 둘러싼 '비 국제적' 논란을 바라보면서 몇 해 전 유행했던 개그 한 토막을 떠올렸습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영화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는, 더더욱 '오버'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