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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파퀴벌레·짜장'…한국 여기저기서 '외국인 혐오' 꿈틀

입력 2015-03-31 21:46 수정 2015-03-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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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노포비아'. 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종종 언론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외국인 혐오 현상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이후 외국인 축출을 공약하고 있는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사회에 잠재하던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 즉 제노포비아가 정치현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어느새 170만명을 넘어섰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혐오 현상이 여기저기서 위험스럽게 감지됩니다.

먼저 그 실태를 정제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술집 한켠에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이 쓰레기통을 집어들더니 다른 남성 머리 위에 내려칩니다.

10년 전 한국으로 이민온 몽골인 강조릭은 지난달 몸싸움에 휘말렸다가 머리를 맞아 뇌손상으로 전치 6주를 받았습니다.

[강조릭/몽골 이민자 : (화장실 문을) 잠그고 엄청 오래 몇 분 때렸는지 몰랐어요. 몽골 사람이니까 때릴 수 있고, 신고도 못 하니까 죽일 수도 있어.]

합법적인 신분이지만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강조릭/몽골 이민자 : 아기도 낳고 여기서 살았는데 불안하고 지금도 이런 사건 생겨서 불안하죠.]

외국인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현상 '제노포비아'는 온라인상에선 더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안티다문화 카페입니다. 회원수는 1만명이 넘습니다.

값싼 노동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한국 서민경제를 파탄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넘쳐납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파퀴벌레', 중국동포들은 '짜장'이라고 불립니다.

또 동남아 국적의 외국인 전체를 '쓰레기'로 칭하기도 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인들에 대해선 '전 국민 대부분이 결핵병과 기생충이 감염된 민족'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사용됩니다.

현재 다문화 정책 반대 성격을 띤 온라인 카페는 20여 개에 달합니다.

2만 명 정도가 이런 종류의 카페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문화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단체 회원들을 만나봤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진 않지만 한국으로 이민 온 외국인들 지원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류병균 공동대표/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 : 정부가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을 지원해줘야 된다, 이 논리를 펴고 있는데 문제가 많으면 안 해야죠.]

일부 단체는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반대 단체 회원 : 외국인에게는 인권이 있고, 우리 국민에게는 인권이 없단 말입니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혐오 현상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재원 교수/국민대 국제학부 : 일부 온라인을 통한 소위 보수적인 청년들이 나와서 폭식투쟁이다 뭐다 하면서 조롱했던 사례가 있듯이 저는 충분히 조직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외국인을 혐오하는 집단의 무차별적 폭력 등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미국의 KKK, 러시아와 독일의 스킨헤드족이 대표적입니다.

또 최근 유럽에선 올해 초 프랑스 내 잡지사 테러 사건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보복 테러 등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30%대에 이르는 지지를 얻으며 창당 이후 최고 성과를 얻었습니다.

르펜은 외국인 이민자 강제 추방을 내건 극우 정치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제노포비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제노포비아가) 사회를 완전히 위기로 몰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어느 나라보다도 잘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서)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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