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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 안 받아요"…오락가락 정책에 소비자는 '혼란'

입력 2016-03-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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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정부가 빈병 가격을 두배로 올린다고 하면서 너도나도 일단 창고에 넣어놓자, 빈병 보기가 힘들었었는데요. 이게 미뤄지면서 또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빈병 회수를 피하려고 하는 현장의 업체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는데요.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한 아파트의 분리수거장소입니다.

한쪽에는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분리해놨습니다.

이쪽에는요, 맥주와 소주 등 공병만 모아 포대 안에 따로 넣어놨는데요, 그런데 이런 빈 병 자세히 보신 적 있나요? 겉면에 작은 글씨로 공병 40원 환불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자원을 재사용하자는 취지인데, 이 돈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서울의 한 슈퍼마켓입니다.

[슈퍼마켓 관계자 : (빈 병 받으시나요?) 빈 병 안 받아요. 귀찮으니까.]

또 다른 마트에 가봤습니다.

[슈퍼마켓 관계자 : 평일에는 안 하고 일요일만 해요. 매일 받으면 갖다 놓을 자리가 없어요.]

빈 병 보증금을 돌려주는 곳을 찾아도 맥주병 50원, 소주병은 40원인 제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슈퍼마켓 관계자 : 맥주병 30원, 소주병 20원. 다른 데 가봐. 더 줄지 몰라.]

하지만 동네마트도 할 말은 있습니다.

빈 병을 보관한 뒤 수거업체에 전달해도 마트에 돌아오는 이윤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훈/슈퍼마켓 주인 : 밖에서 빈 병을 보관하다 보니까 분실률이 너무 심하고 업체에서도 잘 거둬들여 가지 않기 때문에.]

원래 올해부터 빈 병 보증금이 2배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 관계자 : 파급효과가 큰 반면 정책 효과 (빈 병 회수)가 불투명 한 거에요. 보증금을 올린다는 건 가격에 백 퍼센트 반영이 된다는 거거든요.]

보증금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지자 현장에선 돈 벌이가 안 되는 빈 병 회수를 여전히 꺼리고 있습니다.

빈 병을 수거하면 주류업체로부터 받게 되는 취급 수수료도 오르지 못해, 수거업체도 빈 병 회수가 달갑지 않습니다.

맥주 20개가 들어있는 이 플라스틱 박스 하나의 무게는 15kg입니다.

이 박스를 주류업체에 주고 받는 취급수수료는 380원입니다. 수거업체 측은 금액 일부를 고물상 등 소매업체에 떼주고 빈 병 수거와 분리 등 직원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재웅 대표/빈병 수거업체 : 가지고 와서 바로 납품하는 게 아니고 제조사 별로 크기 별로 전부 다 수작업을 거쳐야 해요. 인건비가 또 드는데.]

하지만 주류업체 측은 취급 수수료 인상이 주류 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빈 병 재사용률은 85%, 캐나다와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빈 병 재사용률 95%와 비교하면 낮습니다.

게다가 소비자가 직접 반환하는 비율은 24%에 그치고 있습니다.

환불이 어려운 건 이 비닐봉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봉지 하단을 보시면요. 작은 글씨로 '20원에 판매하며 되가져오면 환불해준다'고 적혀있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건 조금 다릅니다.

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점원 : (봉지값) 20원 추가되는데 괜찮으신가요?]

그런데 다른 편의점은 봉지 값을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점원 : 20원 받아야 하는데 받기가 좀 그래요.]

편의점 점포에 따라 비닐봉지 값이 유료일 때도 무료일 때도 있다 보니 돈 주고 산 비닐봉지 값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김남희/주부 : 환경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환불 하려고 했는데 점원이 '환불해줄 수 없다. 여기서 구매한 영수증 있느냐'라고 하는데…]

[편의점 관계자 : 20원(봉지값)을 받는 게 법으로 정해진 거잖습니다. 아무래도 가맹점이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잘 안 지켜질 수 있는…]

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환경정책이 오락가락하고 현장에선 갈등만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혼란을 겪는 건 자원을 아끼기 위해 빈 병과 비닐봉지를 모은 소비자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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