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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리 감옥'으로 불리는 학교…무슨 일이?

입력 2016-03-2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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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는 대개 다니기 편하도록 주택가와 가까운 곳에 들어서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아파트와 학교가 가깝다 못해 사실상 붙어있어서 문제가 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아파트 주민이나 학생들 모두 불편을 호소하고 한 학교는 소음을 막으려고 통유리를 설치해서 '유리 감옥'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금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안으로 들어와봤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학교의 복도 모습인데요, 그런데 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공사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입니다.

[정지화/금산여고 교장 : 최단거리는 20m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당히 학습권의 저해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1~2학년 학생 280명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학교 건물 뒤편으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9층 높이의 아파트로, 총 48세대가 올해 7월 입주할 예정입니다.

공사장 내부에서 학교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보시다시피 바로 앞에 학교가 보이는데요.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저희가 소리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소연/금산여고 2학년 : (제 목소리 잘 들려요?) 네, 잘 들려요.]

대화도 가능합니다.

[전소연/금산여고 2학년 : 소음이 저희 교실 공간에 들리면 수업에 방해돼요.]

공사 소음보다는 입주 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복도를 지나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입니다.

[송나래/금산여고 2학년 : 옷 갈아입는 거랑 사람들이 보여서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요.]

현행법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금산구청 관계자 : (건물 사이) 띄워야 할 기본 거리를 못 띄우면 아예 (허가가) 나갈 수 없는 상황이고요.]

[공사업체 관계자 : 2층에서 3층 높이를 가릴 수 있을 만큼의 나무를 심으려고 해요.]

이번엔 주민의 민원으로 학교에 조치가 취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안양공업고등학교의 교실 안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교실 한 쪽에는 이처럼 창문이 설치돼 있는데요.

그런데 이 창문을 자세히 보시면 이렇게 두 개의 창문 안쪽에 하나의 유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리는 이처럼 반투명한 재질이기 때문에 밖을 전혀 볼 수 없는데다가 주변에 전혀 개폐시설이 없어서 열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김영일/안양공고 교장 : 안쪽에서는 문을 연다 하더라도 저 문을 열 수가 없는 쉽게 얘기해서 통유리로 막혀있다고 보면 되죠.]

통유리가 설치된 건 5년 전인 2011년 11월.

학교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입니다.

민원인을 만나, 통유리 설치 전 집에서 촬영했다는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창문에 있는 학생들이 창가에서 소리를 지릅니다.

[민원인 : 제가 직접 찍었어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저렇게 야유를 보내고 그런 모습이에요.]

소음 피해는 사라졌지만, 교실 내 환기가 문제입니다.

환기 시설도 함께 설치했지만, 창문을 열고 통풍을 시키는 것과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경민/안양공고 교사 : 창문이 안 열리는 교실을 제가 교직 생활 14년 만에 처음이거든요. 갇혀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김재성/안양공고 3학년 : 지금 우리는 많이 달라졌고, 한번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주세요.]

주택에서 학교 담, 그리고 담에서 학교 건물까지 재보니 10m가 채 되지 않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 (그 당시) 민원인 입장에서 더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다음 주 월요일에 안양교육청하고 학교, 민원인과 넷이 만나보려고 합니다.]

방음벽이나 가림막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학교와 주택이 지나치게 가깝게 위치한 곳.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거리만 가까워져서 양쪽 모두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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