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하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당 지도부에 의해 '명예 퇴진'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근혜계 사이에선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다음 달 6일 유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대표로서 하던 일을 다 마무리짓고 자진사퇴하는 '명예로운 퇴진'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 측은 30일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원내대표 역시 "상황 변화 없다"고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 원내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논의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이 유 원내대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해보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지만, 그 동안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않던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에게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을 찾아주자고 말했다고 밝힌 만큼, 당 지도부 분위기는 유 원내대표의 명예 퇴진 쪽으로 잡힌 듯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30일 오후 국회에서 뉴시스와 만나 "(유 원내대표에게) 명분과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을 찾아주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에 참석했던 의원들과 따로 티타임을 갖고도 "유 원내대표가 명예회복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의 분위기가 유 원내대표의 명예 퇴진, 자진 사퇴 쪽으로 잡힌 것은 아무래도 김 대표가 입장을 바꾼 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박 대통령과 함께 갈 것이냐,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갈 것이냐를 놓고 생각해봤을 때 전자가 더 유리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 본인이 원내대표로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 처리하고 자연스럽게 사퇴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느꼈다"며 "이번 임시회 중에 해야 할 일 하고 나서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대통령과 싸워서 어떻게 이기나" "박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세다"고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가운데 유 원내대표 본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명예 퇴진'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전 '명예 퇴진' 이야기에 대해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했고, 이날 오후에는 '명예 퇴진'으로 당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 분위기가 그러냐. 난 몰랐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서 거취 관련 이야기엔 "드릴 말씀 없고 상황 변화 없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 명예 퇴진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사퇴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다른 의원은 "유 원내대표 입장에선 명예롭냐, 안 명예롭냐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 자신이 사퇴하는 게 우리 당에 이로울지 대통령에게 이로울지 등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선 다음 달 6일 열릴 본회의에서 가능한 한 많은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 쪽에서는 이렇게 된 마당에 명예로운 퇴진이 어디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가 김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의 퇴진 압박에 대해 '무시' 전략 등을 통해 상황을 돌파해 나갈지 아니면 오는 6일을 기점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할 지 주목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