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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시드니의 지하철…'당신과 함께 탈게요'

입력 2015-11-19 22:17 수정 2015-11-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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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영국의 동화작가 존 버닝햄의 작품 <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입니다. 작은 강에 뱃놀이를 떠나는 검피 아저씨에게 동네 꼬마들은 이야기합니다.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토끼도 고양이도. 돼지와 닭도 같은 부탁을 하지요.

배는 비좁고 저렇게 많이 태우면 뒤집힐지도 모르는데 검피 아저씨는 어떻게 했을까요?

작년 말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기억하실 겁니다. 충격을 받은 호주사회엔 이슬람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와중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히잡을 벗으려던 여성에게 한 시민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벗지 마세요. 당신과 함께 탈게요"

무차별 테러로 충격에 휩싸인 프랑스 시민사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이슬람 혐오 범죄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일상에서의 시민들은 밀쳐내는 대신 함께 타기를 택했고, 그 선택은 총보다 폭력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시드니의 그 지하철은 우리에게도 당도했습니다.

이미 이 땅에 살고 있는 13만 5천여 명의 무슬림. 국내에 들어왔다는 200여 명의 시리아 난민. 그리고 수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

북한산에선 난데없는 깃발이 펄럭였고 국정원은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를 밀쳐내는 사회인데 나와 얼굴색이, 종교와 국적이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재되어 있던 갈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검피 아저씨는 어떻게 했을까요?

아저씨는 친구들을 모두 배에 태웠습니다. 짓궂은 친구들의 장난에 배는 기우뚱, 모두는 물에 빠집니다. 그러나 검피 아저씨의 입에선 짜증 대신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지요.

"다들 집으로 돌아가자. 차 마실 시간이다"

물론 세상사는, 동화처럼 단순하지도 낙천적이지도 않습니다. 엄중한 생존의 문제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던져졌고 동화가 아닌 현실의 세상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시드니의 지하철.

'당신과 함께 탈게요'

당신은 함께 탈 것인가. 아니면 고개를 저을 것인가.

오늘(1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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