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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수로 전환된 성폭행…사회 변화 못 따라가는 '법'

입력 2016-06-02 09:37 수정 2016-06-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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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무조건 범죄로 적용하는 나이가 만 13세 미만으로 규정이 된 시기가, 57년 전인 1959년이라고 합니다. 현재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은, 13세 이상입니다.

김태영 기자가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지적장애 3급 수준인 하은이가 채팅 앱으로 만난 성인 남성 6명과 차례로 성관계를 맺은 건 만 13세가 된 후 두 달이 지난 시기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하은이 엄마는 해당 남성들을 성폭행으로 고소했습니다.

[하은이 엄마 (CBS 라디오) : 제가 성폭행으로 상대방 남자들을 고소를 했는데요. 그게 성매매로 전환이 돼서 왔더라고요.]

해당 남성들이 하은이에게 잘 곳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대가성이 인정된 겁니다.

[정미례 대표/성매매문제해결 위한 전국연대 (지난달) : 연령도 연령이지만 장애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성폭력 사건으로 기소하지 않고, 성매매로 기소해 현재 이런 판결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문제입니다.]

이후 하은이 엄마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민사 재판부 판결도 엇갈렸습니다.

하은이가 채팅방을 직접 개설했고, 가해자 도움으로 모텔에서 잤기 때문에 자발적인 성매매였다는 판단과 하은이가 IQ 70의 경계성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만큼 성적자기결정권에 제약이 있다는 판단이 충돌한 겁니다.

하은이 사례처럼 의제강간 적용 연령이 하루만 넘어도 동의 여부와 대가성을 따지게 됩니다.

[신진희/변호사 : 피해아동이 이게 대가관계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받은 돈의 일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청소년이 되어버린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13세에서 19세 미만의 연령대가 미성년자 성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들 연령대 피해자들의 경우 가해 남성들의 강제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인희/정신과 전문의 : 의사 결정력을 관장하는 뇌 발달도 미숙한 상태이고, 성에 대한 부분도 굉장히 취약하고 미화돼있는, 자기중심성이 강한 나이거든요.]

취재진이 성범죄 알리미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등록된 서울 지역 가해자 800여 명을 전수 조사했더니 만13세 미만의 경우 실형 선고율이 72%에 달했지만, 만13~19세 사이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가해자 실형 선고율은 65%로 나왔습니다.

성인 실형 선고율인 63%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실제 정부가 조사한 아동성범죄동향 분석에서도 만13세 미만의 경우 집행유예 비율은 9%에 불과하지만 만13~16세 사이는 37%, 만16~19세 사이는 43%로 실형 선고율은 크게 떨어집니다.

[권현정 소장/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소 :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는데도 그게 성매수자 되거나 아니면 성폭력이 아닌 걸로 되거나, 이런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요.]

국내 의제강간 적용연령이 만13세 미만으로 규정된 건 1959년, 영국이나 미국, 오스트리아 등 주요 선진국들처럼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재련/변호사 : 단순히 의제강간에 있어서 연령을 상향시키는 게 아니라 이런 오스트리아의 형법 규정처럼 구성 요건을 구체화해서 아동·청소년의 어려운 상황을 알면서도 성관계를 했다고 하면 성인인 가해자를 처벌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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