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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KBS 보도 개입' 녹취 파장…실제로 기사 빠져

입력 2016-07-01 08:41 수정 2016-07-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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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의원이 공영방송 KBS 보도국장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해달라, 또 기사를 빼달라 요구를 했던 전화녹취파일이 공개됐습니다. 기사 편집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요청을 했는데요. 요청으로만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기사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김혜미 기자입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6일째인 2014년 4월 21일.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해경 관할 진도관제센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관제센터가 세월호의 변침 등 위험 징후를 읽어내지 못했고, 교신에서도 적극적인 탈출 조치를 하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KBS도 이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7건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를 보도했습니다.

뉴스가 나간 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에 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합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지금 9시 뉴스에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지금 지금 이 시점에서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세월호에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던 해경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거기서(관제센터)에서 어떻게 앉아서 뛰어내려라 말아라 그걸 잘못해서 이 일이 벌어진 것처럼….]

공영방송 KBS는 달라야 한다고 지적하며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청합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KBS가) 지금 몰아가고 있는데, 지금은 뭉쳐서 정부가 이를 극복해 나가야지 공영방송(KBS)까지 전부 이렇게 (정부를) 짓밟아서….]

당시 KBS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

[김시곤/전 KBS 보도국장 :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극적으로.]

10여 일 후, 해경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한 번 들끓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과 다음 날 오전, 이른바 ‘골든타임’에 해경의 통제로 해군이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입니다.

이 전 수석은 다시 한 번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국방부의 해명이 좀 반영이 안됐나봐. (해경은) 순서대로 넣으려고 말하자면 (군은) 기다린 건데….]

추가 보도 여부를 확인하고 편집까지 요구합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오늘 저녁뉴스하고 내일 아침까지 나가요? (네, 뉴스라인까지 잡혀 있을 거야) 좀 바꾸면 안 될까?]

편집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주문합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

이 전 수석이 부탁하는 배경엔 여론만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 :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국장님, 나 한 번만 도와줘.]

그리고 이날 재방송이 예정돼 있던 세월호 관련 보도 8건 중 골든타임 허비를 지적한 기사는 빠졌습니다.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세월호에 탑승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지난달 길환영 전 KBS 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보도에 개입해 방송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언론노조는 이 녹음파일을 추가 자료로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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