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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상 "트럼프 선전포고…전투기 격추 권리 있다"

입력 2017-09-26 07:46 수정 2017-09-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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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막말을 던져놓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미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번만 더 전투기를 북한 근처로 띄우면 격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뉴욕을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심재우 특파원, 우선 이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내용부터 전해주시지요.

[기자]

이틀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을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한 뒤 유엔총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의 움직임이 바빠졌습니다.

입장발표 전날에도 북한대표단이 묵고 있는 호텔방의 불이 꺼지지 않는 등 밤샘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새벽에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란 공지가 해외 기자단에 통보됐고, 70여명의 기자들이 대기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30분을 지나도록 이용호 외무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발표문구를 손본 것으로 추측됩니다.

40여분만에 나타난 이 외무상의 입장발표 가운데 주요부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용호/북한 외무상 (현지시간 25일) :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 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란 것을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선전포고의 근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입니다.

이 외무상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인 언어로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올린게 근거가 됐습니다.

B-1B의 무력시위에 심히 놀란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만 더 NLL 근처를 비행할 경우 영공을 넘어서지 않았더라도 격추시키겠다고 극한의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 외무상은 "누가 더 오래 가는가는 그 때 가보면 알게될 것"이라고 말한 뒤 일체의 질의응답을 거부한채 차량에 올라타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앵커]

미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으니까,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이용호 외무상의 논리인데, 유엔 헌법상 북한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맞습니까.

[기자]

이 외무상은 자위권의 근거로, 유엔헌장을 제시했습니다.

유엔헌장 51조는 국가간 무력사용 및 위협금지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위권은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은 경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정당방위'입니다.

즉 북한이 자위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제 공격을 받았거나 공격위협을 받아야 하는데, B-1B 랜서가 북한 동해 최북단을 비행했다고 해서 공격위협을 받았다고 해석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를 근거로 실제 북한이 영공을 침범하지 않은 전투기를 요격할 경우 그것은 북한발 선전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심재우 특파원, 미국 트럼프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트위터에 개인의견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바 없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그런 주장은 말도 안된다"면서 "국제해역에서 다른 나라의 항공기를 격추시킨다는 것은 절대 적절하지 않으며, 미 행정부는 계속해서 그 지역을 지킬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방부도 B-1B 출격 등 미국의 무력시위에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을 다룰 군사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영공이나 영해가 아닌 국제 공역에서 전개되는 미 전력에 대해 북한이 만약 군사 대응을 실시할 경우, 이는 자위권을 넘어선 불법적 무력사용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이용호 외무상의 선전포고 발언에 대한 해외 언론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기자]

보수성향 매체 폭스뉴스는 김정은을 현실적으로 길들이려면 모욕보다 경제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간의 끝없는 말 전쟁이 국제적 관심을 끌지만, 북한에 실제로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경제제재라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이 김정은에게는 내부결속을 위한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과 기업을 봉쇄할 수 있는 미 재무부의 권한은 매우 힘있는 도구라며 그 효과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앵커]

유엔 총회 일반 토의 마지막날인데, 이용호 외무상이 격한 성명으로 끝을 장식했군요. 유엔 사무국의 반응도 나왔습니까?

[기자]

유엔은 총회개막이라는 잔치가 싸움터로 변질 됐다고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막말을 주고받으며, 평화와 공존을 모티브로 하는 유엔정신에 먹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미 개막전부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우려했던 대로입니다.

유엔사무국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분노에 찬 막말은 치명적인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유엔은 북핵문제를 오직 정치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안정규, 영상편집 : 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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