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내각부총리인 김용진(63)을 총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명 살상을 앞세운 그의 공포통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30세가 채 안 된 나이에 절대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짧은 기간에 체제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포통치를 택했다. 단순히 강압적 분위기로 체제를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친인척과 최측근을 가리지 않는 이른바 '처형 정치'로 공포 통치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자신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고모부이자 서열 2위의 자리에 있던 장성택을 반당반혁명분자로 낙인 찍어 처형했다. 당시 그의 고모 김경희를 비롯한 항일투사들이 "죽이지만 말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장성택은 처조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인민무력부장이던 현영철도 처형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발탁한 현영철을 '지시불이행' 죄로 공개 총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뒤를 이어 총참모장에 오른 리영길 역시 지난 2월 초 처형됐다. 리영길의 총살 혐의는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 비서의 전임자인 김용순 노동당 비서도 2003년 6월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장성택과 갈등을 빚었던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2010년 6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공개 처형은 아니지만 북한의 최고 실세들이 교통사고로 잇달아 사망했다는 것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 이를 놓고 김정일이나 김정은 등 최고위층의 눈밖에 났기 때문에 사고로 위장된 사실상의 처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렇듯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이후 5년간 처형된 당과 군의 간부는 100명 이상이고 올해 들어서만 70명에 가까운 주민이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고위급 간부들의 계급을 강등시키고, 혁명화조치 등으로 사상 교육을 시켜 충성심을 극대화하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는 자신이 집권한 후 서열 2위까지 올랐던 최룡해를 지난해 혁명화조치했다. 이 조치로 지방 농장을 다녀온 그는 올해 5월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오르며 복권됐음을 알렸다.
북한에서 대남 공작을 총괄하며 승승장구하던 김영철(71)도 지난달 혁명화조치를 받고 한 달가량 지방 농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통전부장으로서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시했던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식 길들이기를 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한 자신의 할아버지뻘인 항일투사 그룹과 항일투사 2세대 들에 대한 고강도 견제와 감시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김정은 집권 후 그를 밀착 수행하며 실세로 부상했던 한광상, 박태성 당 부부장급 인사들도 일정 기간 사라졌다가 복권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계급을 강등하는 방식을 통한 충성심 극대화 통치 전략은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러한 처형을 반복하는 공포통치는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꾸준하게 있어왔다. 불만 세력을 제거하고 공포감을 심어줘야 독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까지 김정일이 숙청한 간부는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고위 간부들에 대한 처형을 앞세운 공포통치는 최고지도자를 절대화하는 1인독재체제의 중요한 한 특징"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 한, 스탈린식 정치체제가 지속되는 한 공포통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