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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장된 '수백톤 자재' 방치…상수원 오염

입력 2017-09-19 21:31 수정 2017-09-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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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91년, 팔당대교가 무너지며 작업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6년 전인 이때 물 속으로 함께 가라 앉았던 건설 자재들이 그대로 부식되고 있습니다. 20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수돗물을 책임지는 상수원 보호 구역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강풍에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상판과 철제 골조도 내려앉아 강 위에 어지럽게 솟아있습니다.

이때 떨어진 잔해 상당수는 아직도 물속에 남아 있습니다.

팔당대교 앞입니다.

물 위로 철제 H빔이 제 키보다 높이 솟아 있고요.

녹이 슬어 있고 상당히 부식이 진행되어 있어 물속에 오래 있었던 흔적이 역력합니다. 1991년 붕괴사고 이후 이곳에 26년간 있었던 겁니다.

철골이 솟은 낯선 모습에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춥니다.

[시민 : 배 같은 거나 다닐 때 보이지 않아서 크게 다칠 수도 있고. 녹물이 발생할 수 있겠네요.]

배를 타고 강 곳곳을 다녀보니 수면 위로 올라온 철골들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돌무더기 위엔 구겨진 철골이 떠밀려 왔습니다.

장맛비에 근처에 있던 돌과 흙이 떠내려와 이 강변 쪽에 퇴적이 되어 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이 철근이 곳곳에 이렇게 삐죽삐죽 솟아있고요.

저쪽을 보시면 큰 콘크리트도 떠내려와 있습니다.

팔당대교 아래 붕괴사고 잔해가 묻혀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려졌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평소엔 배가 다닐 수 없지만 최근 팔당대교의 내진공사를 위해 드나들던 바지선이 찢어지며 철제 폐기물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수위가 낮아져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제 뒤로 철근 여러 개가 삐죽삐죽 솟아 있는데요.

물속 상황은 어떤지 수중카메라를 넣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강바닥에 누워있는 대형 H빔이 보입니다.

위로 솟은 철제빔은 물 아래로도 한참 이어집니다.

깊은 곳은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구조물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표면엔 이끼가 끼어있고 손으로 쓸어보자 가루들이 날립니다.

[김재원/민간 잠수사 : 일반적으로 10m짜리 철근이 몇 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이중 삼중 쌓여있으니까 나오지를 못해서…패닉이 왔어요.]

건설폐자재가 쌓여 벽을 형성하면서 이곳에 생활쓰레기가 걸려 썩어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겁니다.

철제구조물 옆에서 물을 떠보니 녹가루들이 컵에 가라앉습니다.

[김동언/한강유역네트워크 사무국장 : 원수의 수질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게 기본이고요. 다양한 오염 물질들이 같이 침전되면 오염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수거 작업 자체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철골은 사람이 직접 밀어봐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하나도 수거가 안 된 거예요. 콘크리트에 물려있으니까.]

철근 수십 개를 건져낸 민간 잠수사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최형천/민간 잠수사 : 수경도 깨질 수 있고 위험한 작업이죠.]

관리 주체인 한강환경유역청은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수거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한강환경유역청 관계자 : 이게 하루 이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요. 한꺼번에 강을 들었다 엎었다 할 수는 없잖아요. 집중적으로 단계별 수거를 하는 거죠.]

한강유역청은 다음 주 크레인 등을 동원해 수거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잔해를 수거하지 않는 사이 수백 톤의 철골구조물은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녹슬어 가고 있습니다.

(화면출처 : 한겨레신문·동아일보)
(영상취재 : 이경·박대권 ,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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