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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날아간 AIIB 부총재 자리, 정부 책임 없나

입력 2016-07-11 21:44 수정 2016-07-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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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팩트체크는 국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들어보시죠.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 : 그걸 그렇게 확보한 직을 개인이, 홍기택 씨가 알아서 했다는 말입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하나도 관여하지 않고? 이게 말이 되는 일이에요?]

[유일호/경제부총리 :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는 공식 절차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들의 지원을 받아서 AIIB가 정합니다.]

주말 동안 우리가 4조 3000억 원이나 투자해 참여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직을 상실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부적격한 사람을 낙하산으로 앉힌 정부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자리를 잃은 게 왜 중요한 문제인지, 정말 정부의 책임은 없는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지난달 홍기택 부총재가 AIIB에 휴직계를 냈다는 소식은 전해졌었는데, 어떻게 이 자리를 잃게까지 된 겁니까?

[기자]

휴직을 낸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2월에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끝나기 두 달 전, AIIB의 부총재급인 최고위험관리자(CRO)로 선임이 됐습니다.

그런데 6월 대우조선해양 부실지원 논란이 일자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다 결정한 거다"라면서 언론에 폭로했죠. 그런 뒤 AIIB에 휴가를 내고는 홍 부총재는 사라집니다.

결국 AIIB에선 사태가 커지자 홍 부총재의 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내리면서, 지금 새로 사람을 뽑고 있고요.

원래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부총재급으로 올리면서 프랑스 출신을 여기 앉히기로 결정을 한 겁니다.

이에 대해 오늘 우리 정부는요. "AIIB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위기관리보다 재무 쪽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그렇게 된 거다. 원래 일정에 따라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앵커]

지금 정부에서는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정말 그 정도로 보면 되는 겁니까?

[기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IMF나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이 여러 나라가 돈을 내 만든 기구를 다자개발은행 혹은 국제금융기구라고 하는데요, 자기가 낸 돈 만큼 발언권이 세지고 주요 직책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 모인 돈으로 개도국에 돈을 빌려주거나 원조를 하기 때문에 그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수 있고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땅을 파든 건물을 짓든 개발사업에 자국 기업과 인력을 우선 보낼 기회가 생긴다는 거죠.

중국은 기존 개발은행에 돈을 많이 냈는데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자 자기가 중심이 된 AIIB를 만든 겁니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를 낸 게 2003년입니다. 그러니 그동안 역시 대접을 잘 못받아 오다 이번에 겨우 한 자리 얻은건데, 그나마 몇달 만에 다시 잃게 된 겁니다.

[앵커]

결국 논란이 될만한 사람을 세웠다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단 비판이 피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정부에선 "우리가 세운 게 아니다. 홍 부총재가 직접 개인이 지원한 것이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거죠?

[기자]

예. 하지만 실제 국제금융기구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인물 가운데 이름을 밝히긴 꺼린 한 전문가에게 그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란 반응이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전직 국제금융기구 이코노미스트 : 부총재는 이게 형식상으로는 투표를 통해서 되는 거거든요? 중국에서 (한국 정부가 정한) 한국분을 하겠다고 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경쟁을 안 하려고 하겠죠. 국제기구의 경험이라든지 국제적으로 뭘 해보질 않으셨기 때문에, 아마 본인도 왜 가셨는지, 가셔서 상당히 힘드셨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리고 또 이제 잘 알려져 있듯이 홍 부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 과외교사로서 인수위에도 참여했고 본인도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할 때 "낙하산 맞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에 AIIB 부총재가 됐을 때에도 기재부에선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는데요, 이런 과정을 볼 때 정부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앵커]

아까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 부총재의 자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홍 부총재 경력으로 가기 힘든 자리였나요?

[기자]

AIIB 초대 총재로 지명된 중국의 진뤼친이요. 작년 9월 한국에 왔을 때 했던 대답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부총재로 한국인 선임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 "전문성 기준으로 뽑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 부총재들의 채용기준을 보면 CRO를 제외하곤 모두 20~25년 다자개발은행 등에서 일한 경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를 해놨습니다.

실제 다른 부총재들의 면면을 보면은요. 재무부에서 일했거나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출신, 세계은행 25년 경력자 등입니다. 그러니 홍 부총재같은 대학교수 30년 경력은 상당히 이례적인 거죠.

[앵커]

물론 대학 강단에서 30년을 섰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경력이기는 하지만, AIIB에서 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고요. 우리가 AIIB에 투자한 4조 3000억 원입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액수인데, 오히려 우리보다 덜 낸 프랑스에게 이번에 부총재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죠.

당초 부총재 자리를 통해 지금 고전하고 있는 국내 건설이나 조선업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던 건데 결국 무산이 됐습니다.

홍 부총재는 산업은행 회장 취임 당시에 "나는 낙하산이지만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었는데요.

결국 무책임한 낙하산의 결과가 무엇인지 국제적으로로 잘 보여준 셈이 됐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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