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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송이 안전관리자 탓?"… 씁쓸한 현장 노동자들

입력 2014-12-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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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자한테 책임을 떠민다는 느낌이 드네요. 보고가 안 들어갔을리가 없는데. 롯데건설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현장사고 났을 때 119에 신고 잘 안해요.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다반사지. 119에 신고했다가 산재처리되면 다음 수주때 불이익도 있고 골치 아프니까 지정병원으로 옮겨서 치료 해주고 보상금 조금 주는게 관행이에요."

언론에 드러난 롯데건설의 제2롯데월드 공사장 인부 추락사고 수습 과정에 대한 한 현장소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촌평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6일 사고발생 직후 민관 합동 훈련때 공개한 매뉴얼에 따라 119와 경찰 등에 신고하는 대신 119보다 거리가 먼 지정병원인 S병원에 연락해 사고 인부를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사고 인부 A씨는 구급차량에 실려 지정병원이 아닌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이처럼 석연치 않은 롯데건설의 사고수습을 놓고 사고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거리도 멀고, 매뉴얼에도 없는 지정병원을 택한 건 공공기관인 119에 신고될 경우 정부와 언론이 사고를 인지하기 쉽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것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제2롯데월드 배관공사 중이던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도 119에 늦게 신고해 은폐 의혹을 받은 전력도 상황.

롯데건설은 이와 관련, 17일 기자설명회에서 "회사 차원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현장 안전관리자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 빠른 치료를 위해 지정병원을 부른 것이니 '이런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겠다'는 것. 관리의무 소홀 정도만 인정하는 듯 한 뉘앙스다.

석희철 롯데건설 본부장은 "자체 매뉴얼에 곧바로 알리도록 돼 있지만 안전관리자가 경황이 없어 119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겠다. 현장 안전관리자 생각에 보다 월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정병원을 불렀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현장 안전관리자가 독자적으로 수습을 하다 '대형 사고'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다.

제2롯데월드처럼 잇따른 안전사고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장의 경우 안전관리자의 권한은 상당히 협소하다. 설사 안전관리자의 독자적인 판단 결과라 해도 이번 기자설명회에서는 그간 타성처럼 쌓인 '산재발생 보고의무 미이행 관행'에 대한 반성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人死)사고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대응했을 수도 있다. 작업 인부의 사고 원인이 장비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일 수도 있다. 안전불감증이 깔려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안전의식을 북돋지 못한 회사의 잘못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더 옳은 모습이었다고 본다."

롯데건설의 이번 대응을 바라보는 30년차 건설노동자 B씨의 평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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