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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에 삐걱대고 멈추고…그들에겐 '생사의 리프트'

입력 2022-03-29 19:56 수정 2022-03-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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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각에선 90% 넘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입장에선 내가 이용하는 그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그건 0%입니다. 저희가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한 장애인과 동행해봤습니다.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해선 기자입니다.

[기자]

승강장에서 내린 박지호 씨가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에 올라탑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리프트는 삐걱대고 덜컹댑니다.

몸이 흔들리지만 의지할 안전벨트나 장치도 없습니다.

심지어 올라가는 도중 리프트가 멈춥니다.

취재진과 함께 대기하던 지하철 직원들이 급히 리프트를 점검합니다.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면서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나마 직원들이 취재진과 함께 대기하고 있어서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습니다.

승강장에서부터 지상 출구로 이동하는 박지호 씨를 따라가 봤더니 꼬박 15분이 걸렸습니다.

고장으로 멈춘 시간은 뺀 시간입니다.

이곳 까치산역은 2호선에서 가장 깊은 역입니다.

가장 깊은 역이지만 입구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동을 하기 위해선 여기 이 호출 버튼을 누르고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박지호 씨 활동지원사 : (낯선 곳에선) 한번 리프트 타고 움직일 때 한 30분 정도 소요가 돼요. 벨 눌러서 사람 나와서 작동하기까지 그리고 올라가기까지…]

문제는 시간만이 아닙니다.

리프트 이동 내내 장애인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다.

[김성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이용하는 거거든요. 놀이기구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도 공포감을 느끼는데 안전장치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리프트 운행 중에만 사고가 나는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10월, 고 한경덕 씨는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다 추락해 결국 숨졌습니다.

이후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가 이어졌지만, 현재 서울 지하철역 326개 중 21개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휠체어 리프트가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목숨을 건 장애인 이동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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