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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여의도 중심가 빌딩…알고 보면 '석면' 범벅

입력 2017-11-13 10:30 수정 2017-11-13 14:09

석면 부실관리 실태 #박소연 기자
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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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부실관리 실태 #박소연 기자
뉴스의 숨은 뒷얘기! JTBC 취재수첩

[취재수첩] 여의도 중심가 빌딩…알고 보면 '석면' 범벅


서울 여의도역 1번 출구 앞에는 20층 높이의 사학연금회관 건물이 서있습니다. 가장 높은 층에는 '시티뷰'를 자랑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고, 아래층에는 교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과 보험회사, 자산운용회사 등 일반 업체 30개가 입주해 있습니다.

여의도 요지에 자리잡은 번듯한 건물인데, 속은 위험천만입니다.

이 건물은 석면건축물 위해성 평가에서 최고 위험 등급을 받았습니다. 화장실 문과 칸막이, 사무실 천장과 복도 곳곳에는 석면이 함유된 건축 자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잘만 관리된다면 그나마 안심일텐데, 관리실태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석면 가루와 시멘트를 섞어 천장을 마감한 지하주차장 1,2,3층에 내려가 봤습니다. 천장이 누더기처럼 벗겨져 있었습니다. 지하주차장 배관 위를 살펴보니 가루가 하얗게 쌓여있었습니다. 현장에 동행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 가루를 보며 "엄청나게 위험한 겁니다"라며 혀를 찼습니다.

시료를 채취해 분석 기관에 맡겨봤습니다. 석면 함유량이 25%로 나왔습니다. 법정허용치가 1%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고농도인 셈입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장부,석면지도에는 이 건물 백석면 함유량은이 9~11%로 적혀 있습니다. 정부의 관리대장도 믿지 못할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석면 지도에 없던 갈석면도 2% 나왔습니다. 갈석면은 바늘처럼 날카로워 백석면보다 최고 50배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물질입니다. 2011년 제정된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석면 건축물 관리에 소홀하거나 건축물 석면지도를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건물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이 건물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다는게 취재 후 내린 결론입니다.

석면은 머리카락의 1/5000 굵기의 섬유상 물질입니다. 이렇게 얇은데 강도는 강철보다 강합니다. 여기에 보온,보습,흡음기능까지 있어 한때 '마법의 물질'로 불리며 온갖 건축자재에 쓰였습니다.

평소엔 바위처럼 뭉쳐있지만 공기중에서 잘 쪼개집니다. 얇다 보니 바람에 잘 날리는 특징도 있죠.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석면이 호흡을 통해 폐에 한번 들어가면 박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염증을 유발합니다. 폐선유증, 폐암, 특히 '악성 중피종'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일으킵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결국 국내에서도 2009년 사용이 전면 금지됩니다. 위험하니 이미 쓰인 자재도 걷어내야 하겠지만 너무 많아 어렵습니다. 그래서 관리라도 잘하자는 취지로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됐고, 환경부 주도로 위험 건축물을 조사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관리를 해야할 정도로 위험한 건물이 무척 많습니다. 정부가 잡은 기준은 연면적 500㎡ 이상이고 석면자재가 50㎡ 이상 쓰인 건물입니다. 주로 공공기관과 학교, 어린이집, 지하상가, 병원 등입니다. 규모가 작은 민간 건물은 빼고도 25,000곳이 넘습니다.

흔히 석면 피해자는 석면광산에서 직접 채굴하는 1차 노출, 그리고 석면 가공 제품을 만드는 2차 노출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3차 노출, 즉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을 이용하는 우리도 '석면 3차 노출' 위험 속에 있습니다.

순천향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가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한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 연구'보고서를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석면암 환자 411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6명이 직업과 무관한 경로를 통해 석면에 노출돼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발병했습니다.

보이지 않아서 일까요? 우리의 일상은 석면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시민들은 무감각합니다. 관리 대상 건축물이 공개되지 않아 주변이 위험 건물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취재진이 입수한 위험건물 리스트에 오른 서울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석면 관리인'이 있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고 있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상가도 석면 위험성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럴거면 왜 조사하고 관리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이런 내용을 담은 연속 기사가 나가자 석면 건축물 리스트를 공개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환경부가 석면 건축물 관리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정보를 공개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알고 조심하게라도 해달라는 거죠.

저희도 공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경험했듯이 정확한 정보의 공개는 '괜한 혼란'을 부추기는게 아니라 시민 스스로 안전을 챙길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까다로운 법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에 석면 건축물 정보공개 청구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답변이 오는 대로 전국 석면 건축물 리스트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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