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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절도' 외국인 교수 버젓이…검증 시스템 '구멍'

입력 2017-12-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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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기와 절도 혐의로 캐나다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노인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한 외국인 교수, 대학의 교직원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한길 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이 기자, 19년 전 캐나다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이 어떻게 한국에까지 알려지게 됐습니까?
 

[기자]

네, 지난 9월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의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방송이 됐습니다. 1998년 같은 양로원에 살고 있던 4명의 노인이 실종된 사건을 재조명한 것인데요.

방송은 당시 양로원을 운영하던 '란(Laan)'이라는 성을 쓰는 4남매를 사건의 용의자로 봤습니다.

방송은 이들 4남매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추적을 했는데 1명이 한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두 달 반이 지난 이달 초쯤에 해당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내용이 알려진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문제의 캐나다인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습니까?

[기자]

네, 당시 경찰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요.

사건 이후 경찰 역시 '양로원 4남매'를 용의 선상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3년 간의 수색과정에서 시신이나 흉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범인도 밝히지 못했는데요.

방송은 법원에 남아있던 당시 수사 기록을 다시 검토해 이들 4남매가 용의자일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이들 남매가 양로원에 살던 노인들의 연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사기 및 절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 교수 역시 당시 집행유예와 함께 2만 달러의 벌금과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여기서 갖게 되는 한 가지 의문은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내에서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대학 측은 범죄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까?

[기자]

보통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를 임용할 때 출신 국가에서 발행한 범죄사실증명원을 제출받도록 돼있습니다.

학교 측은 이 교수도 2014년 임용 당시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범죄기록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사기와 절도 전과가 나와 있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취재팀은 추가 확인을 위해 교수 본인과 캐나다 경찰청에 문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앵커]

뒤늦게 범죄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의 불안이 크겠군요.

[기자]

네, 이 교수는 주로 실용영어와 영어청취 같은 과목을 담당했습니다.

평소 학생들에게 친절한데다 학점도 후하게 주고, 시험을 쉽게 내서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절했던 교수가 알고 보니 범죄자였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학생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삼육대 학생 : 정말 무섭죠.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피자 파티 같은 거 해서 한 명씩 사진 찍었는데…애들도 소름 돋는다고 그랬었어요.]

삼육대 측은 방송 사흘 만인 9월 18일, 방송 내용을 제보받았지만 강사를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이달 초, 학생들이 방송 내용을 알게 되고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해당 교수를 수업에서 제외했습니다.

기말고사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에게 수업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본인이 반발해서 교체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범죄 사실을 알고도 대처가 너무 늦었던 게 아니냐,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한길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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