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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유정 평론가 "배우 윤여정 연기인생, 영리한 모험가"

입력 2021-04-27 21:16 수정 2021-04-28 02:26

다시 보는 '미나리' 그리고 '오스카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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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미나리' 그리고 '오스카 윤여정'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서복현


[앵커]

여운이 쉽게 가실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 씨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겠습니다. 영화평론가인 강남대 강유정 교수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영화평론가 : 안녕하세요.]

[앵커]

오스카상까지 해서 미나리 한 편으로 윤여정 씨가 받은 상이 40개가 넘습니다. 영화 속 순자의 어떤 면에 이렇게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또 열광하는 걸까요?
 
  • '순자'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강유정/영화평론가 : 윤여정 씨가 평생 출연한 영화가 33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나리 한 편으로 42개의 상을 받았는데요. 영화 미나리 속의 순자의 모습은 우리가 할머니 하면 떠올리는 굉장히 전형적인 모습도 있지만, 의외의 모습이네 하는 마치 배우 윤여정을 보면 떠오르는 어떤 개성적이고 비전형적인 연기까지 포함이 돼 있습니다. 게다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할머니를 구체적이고 개성적으로 그리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어딘가 아프거나 혹은 가족의 한 구성원이거나 그런데 윤여정 씨는 이번에 아주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마 연기를 전공하신 분들도 그렇고 일반 관객들도 그렇고 '야, 저건 다른 할머니다'라는 동의점을 얻어서 결국 수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어제(26일) 봉준호 감독이 뉴스룸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오스카가 뒤늦게 윤여정 씨를 알아보고 찾아왔다. 또 한국 영화의 쾌거라기보다는 개인의 승리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첫 영화에서 시작해서 윤여정 씨의 연기 인생 5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윤여정 연기인생,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유정/영화평론가 : 저는 영리한 모험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대개 모험 앞에는 무모하다는 표현이 붙기 마련이에요. 계산이 없고 모험은 하지만 그 결과가 또 위험할 때도 많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윤여정 씨가 상당히 모험적인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의 면면을 보자면 저는 봉준호 감독의 말이 상당히 겸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 그리고 한편으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라든가 혹은 바람난 가족. 그리고 그 이전에 박철수 감독이 한국의 뉴웨이브를 이끌어왔거든요. 박철수 감독은 거기에서 에미라든가 이런 작품을 보자면 모두 다 아주 실험적인 감독들과 연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감독의 실험과 윤여정 씨의 영리한 모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여정 배우는 없었다. 결국 한국 영화의 자산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좀 현실을 보면 배우가 감독을 선택하고 또 영화를 선택하고 또 주어진 역할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모험을 하기에는 좀 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현실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배우들 역할 선택 등 한계…현실은


[강유정/영화평론가 : 실질적으로 특히 여성 배우에게는 그런 벽이 높을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연령의 제한도 좀 받게 되고요. 결혼 여부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는 건 비단 한국만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영화계 아무래도 뮤즈로 소비하고 있는 영화계 현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넘어서 여기까지 온 배우가 윤여정 씨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수상소감에서 김기영 감독을 언급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데요. 만약에 김기영 감독 같은 괴짜 감독에 기이한 천재성을 가진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우리 영화사에 되게 독특한 족적을 남긴 그런 홍상수나 임상수 감독 같은 그런 감독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여러 가지로 여배우에게 요구되고 있는 트로이카라든가 아름다움 혹은 사회적인 전형성을 잘 따라가는 여배우 길보다 조금 독특하지만, 새로운 길을 가고자 했던 첫발이 지금의 윤여정과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배우 윤여정 씨는 지금 연기도 연기지만 스크린 밖에서의 매력을 놓고 신드롬까지 이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윤며들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영화평론가로서 이런 현실은 어떻게 보십니까?
 
  • '윤며들다' 현상…영화평론가 생각은


[강유정/영화평론가 : 솔직함이죠. 솔직함이 매력이 되는데,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대면 사람들은 교육받은 대로 관습대로 좀 원하는 대답을 해 주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가령 이번에 브래드 피트에게 어떤 냄새가 났어요와 같은 이런 질문들도 되게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좋은 자리니까 기분 좋게 대답을 해야겠다를 먼저 생각하는데, 윤여정 씨는 그렇게 적합한 질문 아니다라고 직설법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정곡을 찌릅니다. 그러니까 아마 그 놀라운 여유로움이 많은 사람들이 '윤며들다'라고 얘기하는 듯하고요. 기자간담회나 그 외 모든 인터뷰에서도 보여주는 면이 뭐냐 하면 여유롭게 할 말은 하지만 정곡을 찌르되 기분 나빠 하지 않는 유머러스함. 이걸 유지하는데, 저는 대단한 고수의 실력이라고 봅니다.]

[앵커]

또 한 가지가 이번에 놀란 부분이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의 영화인데, 예산에 쪼들렸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라웠는데요. 이번에 영화 미나리를 계기로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독립영화가 처한 현실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가 있을까요?
 
  • '미나리' 성공…독립영화 현실 달라질까


[강유정/영화평론가 : 미국은 큰 걸음을 했죠. 왜냐하면 독립영화인데, 주요 부문 6개 부문에 후보작이 됐습니다. 굉장히 작은 규모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대우와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오히려 한국 영화에 시사하는 바가 저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들은 주류 영화에 비해서 상영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다든가 혹은 이렇게 퐁당퐁당 상영을 한다든지 아니면 많은 관객이 못 보다 보니까 연말 시상식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된 일도 많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독립영화는 우리가 주목을 했을 때 더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영화적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아무리 브래드 피트라도 세계 어느 곳에도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게 영화계 현실이기도 한데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오히려 아카데미처럼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영화가 영화제를 통해서 더 알려지는 계기가 우리한테도 있었으면 하는 저의 바람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수상이 독립영화 또 한국 영화에도 좋은 영향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화평론가인 강남대 강유정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유정/영화평론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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