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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조국 사태' 사과…"청년들에 좌절과 실망 줬다"

입력 2021-06-02 19:14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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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오늘(2일)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결과 보고회 자리에서인데요. 관련 내용을 류정화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로스쿨' : 저는 로스쿨 살인마로 재판 중인 피고인입니다. 재판부에서는 아직 유죄로 확정 판결받기 전인 저에 대해 살인자란 편견을 버리고 무죄로 추정, 제 신청을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피고인이 곧 범죄자는 아니다를 몸소 보여주신 거죠.]

요즘 저의 최애 프로그램, 드라마 로스쿨입니다. 김명민 배우가 연기한 극중 양종훈 교수는 로스쿨 형법 교수인데요. 살인 혐의로 피고인이 됐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기반해 직접 제자 변호에 나섰습니다. 피고인은 법적으로 자기 변호의 권리가 있죠. 공정한 판결을 위해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편견에 지배당해선 안 될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통해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정치적, 도덕적으론 어떨까요. 민주당 지도부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송영길의 시간이죠. 사과의 시간이었습니다.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 겸, 취임 한 달 맞이 기자간담회에서인데요. 송 대표는 '이제부터 국민의 시간'이라고 첫 마디를 꺼냈는데, 관심은 '조국의 시간'에 대한 답에 쏠린 겁니다. 송 대표는 특히 '청년들의 상처'에 초점을 맞춰서 공식 사과했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사실 민주당에선 당이 사과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송 대표와 최고위원회에서 늘 얼굴을 맞대는 김용민 수석 최고위원이 대표적입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이 부분은 민주당이 사과할 부분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던 사람이 자신의 대권을 위해서,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이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을 그렇게 바라보면서…]

사실 오늘 간담회 전부터 송 대표가 '사과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까지 관심이 쏠렸었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소극적인 형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모두발언에서 선제적으로 사과 발언을 했습니다. 정면돌파를 택한 셈입니다. 그런데 송 대표의 사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률적인 문제와 소위 정치적·도덕적인 문제와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건데요.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당시 입시 시스템에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 게 문제였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원은 입시 문제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봤죠. 항소심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입시비리 혐의에선 대부분 '유죄' 판결을 내린 겁니다. 이 중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부분은 조 전 장관과 공모했다고 했죠.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로펌 허위 인턴 증명서로 스펙을 쌓아줬다가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특히 동양대 표창장 위조 문제는 소위 '진보 인사'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오늘 언급에선 빠졌습니다.

[서민/단국대 교수 (지난달 26일) : 그걸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표창장 위조인 건 맞고요! 그리고 표창장 위조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재발급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의사면허증 잃어버리면, 다시 발급해 달라 하면 발급해 주는데 왜 조민 양은 재발급을 안 할까요?]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직접 사과한 적도 있었죠.

[조국/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2019년 8월 25일) :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합니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이해찬/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9년 10월 30일) :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장관 지명 이후, 또 장관직 사퇴 이후 나왔던 사과입니다. 이후 검찰의 '먼지털이 식' 수사 논란도 있었지만, 1심 재판 결과도 나왔죠. 그런데 오늘 송 대표의 사과의 내용, 2년 전의 도돌이표 같은 모습입니다. '반쪽 사과'란 평가가 나온 이유겠죠. 당 안팎에서 하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보니 '최대 공약수' 사과를 하게 된 걸까요. 당내에선 이번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투명하게 정리하잔 의견도 나왔습니다. '조국 사태'에 얽혀있는 불공정과 검찰개혁, 언론개혁 문제를 각자 따로 정리하잔 제안입니다.

[최문순/강원지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그래서 한 분은 풍비박산됐고, 한 분은 대선후보가 돼 있는 거죠. 선과 악. 또 악마와 천사. 흥부 놀부. 이렇게 동화적인 구조로 지금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실태적인 사안은 그렇지 않을 텐데 이거를 다시 정리를 해야 될 필요가 있겠다.]

조 전 장관은 송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사과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썼습니다. 송 대표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말이죠. 사과문 일부를 직접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음성대역) :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 주시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저를 밟고 전진하십시오.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쓸 것입니다.]

"본인을 잊어 달라"고 했는데, 그 뒤에도 실시간으로 책 출판사의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10만 부 판매 소식을 알렸습니다.

국민의힘은 공격의 시간을 맞이했죠. 오늘은 특히 조 전 장관의 대학 동기 '서울대 법대 82학번'들이 나섰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아직도 반성을 모른다"면서 책 제목을 비틀어 '조국의 사죄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변명과 남 탓으로만 가득한 회고록"이라고 했는데요.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이 다시 '조국 사태'를 소환한다"고도 했습니다. 조국 사태의 소환,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정경심 전 교수라든지 조국 전 장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본인은 다급하겠죠. 그런데 당·청 지지율은 오를 수 있는 것을 좀 억제시키거나 하락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예 조 전 장관을 대선 주자로 만들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달 31일) : 글쎄, 뭐 저희 당 내부의 문제가 아니어서 말씀드리긴 뭐합니다만 그 논의과정들 보면서 조국 전 장관을 차라리 여당 대선후보로 만들도록 캠페인하면 좋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입니다.]

반면 침묵의 시간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여권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인데요. 조 전 장관을 응원한 다른 여권 주자들과는 좀 달랐죠. 당내 강성 지지층, '친문'의 지지 확보보다는 본선에서의 중도 확장성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 전 장관, 서울대 법대에서 형법을 담당하는 교수입니다. 회고록과 관련해 직접 작성한 Q&A에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겠지만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죠. 하지만 대선을 9개월 남겨놓은 '정치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권이건 야권이건, 좀 다를 듯도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송영길, 조국 사태 사과…국민의힘 '공격의 시간' 이재명 '침묵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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