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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차 간격 맞추려…'허겁지겁 운전' 내몰린 시내버스

입력 2015-10-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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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 사고는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다는 점에서 무섭습니다. 최근 버스 사고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돼버리는 배차 간격을 맞추려면 신호 위반, 과속,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버스 기사들은 하고 있습니다.

김진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강서구의 한 교차로.

광역버스가 빨간 불을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합니다.

맞은편에서 좌회전하던 버스와 충돌했고, 승객들은 휘청하며 쓰러집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습니다.

[서병선/서울강서경찰서 교통조사계장 : 다음 배차 시간과의 간격에서 더 많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빨리 진행하는 것이 본인한테 유리하기 때문에.]

지난달 8일 이번엔 좌회전하던 마을버스가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합니다.

친구 대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등학생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정경완 조사관/부산강서경찰서 : 좌회전 하기 전에 정지선에서 일시정지 또는 서행해서 오는 차를 보고 가야하는데 속도도 안낮추고 바로 좌회전 해버린거야.]

내부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버스기사는 전방을 보지 않은 채 좌회전을 합니다.

오토바이가 부딪히자 깜짝 놀랍니다.

동료기사들은 사고가 난 버스 노선의 배차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합니다.

[동료 버스 기사 : (배차 간격이 너무 짧다던데요.) 그렇죠, 또 그 쪽 노선은 좀 그런 게 많아요.]

이런 대형버스 사고들은 대부분 기사들의 신호 위반이나 운전 부주의로 발생했습니다.

버스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는 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직 시내버스 기사 : 운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좀 빨리 달릴 수 없냐는 식으로 전화합니다. 지금 차도 막힌다 설명해도 빨리 들어와라 다음 배차 해야하니까.]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법규를 위반하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전직 시내버스 기사 : 여긴 신호가 다소 좀 한번 걸리면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니까 이 신호는 무조건 빠져 나가야 한다.]

배차 시간이 불합리하다고 회사에 따져도 돌아오는 건 욕설입니다.

[버스 회사 관리자 : (잘못된게 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XXX야. 이거 다 우리차인데 뭐가 잘못됐어 이 XX야. XXX야.]

취재진이 직접 버스 배차 시간이 얼마나 촉박하게 짜여져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출근시간 서울의 한 버스 기점에서 버스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신호위반에 무리한 끼어들기까지. 버스를 따라잡기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을버스가 취재진 차량보다 빨리 노선을 돌았습니다.

[마을버스 기사 : 한 바퀴에 택시도 40분 걸리는 걸 버스인 내가 30분에 돌라는 거예요. 아침에는 빨간 신호가 없다니까요. 그냥 내 눈엔 다 파란 신호예요.]

버스 회사들이 배차 시간을 무리하게 잡는 건 바로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시내버스 기사 : 수익금이 회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익금이 적은 기사들은 따로 불러서, 왜 수익금이 적냐고 질타하고.]

정작 승객들의 편의는 뒷전입니다.

[전직 시내버스 기사 : 정류소에 사람이 있어도 "아 저 사람이 안 탈것이다"라고 판단한다는 거죠. 안 탄다고 하고 지나가버리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버스 노선을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합니다.

버스 회사가 마음대로 배차 시간을 조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 인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노선 소유권을 민간 버스회사가 갖고 있습니다.

[강경우 교수/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 우리 시민들이 돈을 내서 1년에 3천억씩 지원해주면서 노선권은 사유재산이 되었거든요. (업체들이) 비용 절감하기 위해서는 배차간격 줄여서 빨리 돌리는게 훨씬 이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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