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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평온했지만 '뜨거운 촛불'…경찰도 '민심 눈치'

입력 2016-11-1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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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100만 명 인파가 몰린 서울 도심 촛불집회를 현장에서 취재한 박창규 기자와 함께 100만 명의 촛불민심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박창규 기자는 어제 새벽부터, 어제 아침이죠.어제 아침부터 해서 새벽까지 계속 이제 집회가 이어졌는데 계속 그 현장에 있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본 집회는 오후였지만 사실 오전 일찍부터 서울시청 앞과 도로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완전히 해산한 게 새벽 4시쯤 되니까 17시간 넘게 도심 속에 사람이 가득했던 겁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집회를 하면서도 큰 사고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평화로웠습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데요. 시민들 얘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오진주/고등학생 : 수능 5일 남았지만 나왔습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나라가 더 걱정입니다.]

[최승재/경기 수원시 : 이대로 가다가는 저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 암울하기 때문에…]

[육아연/경북 김천시 :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제발 살 수 있는 나라, 살만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JTBC 어제 서울광장에 설치한 시민 발언대였죠.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얘기했는데 이렇게 광화문, 서울 광장에서는 문화행사도 있었고 밤 늦게까지 어떻게 보면 축제의 장 같은 모습이었는데. 경복궁역 사거리 그쪽에서는 대치가 있었지 않았습니까? 거기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과 시민들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쳤는데요. 오후 5시 반쯤부터 대치가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오랜 시간 동안 대치가 계속됐는데요, 흥분한 시민 일부가 경찰버스에 올라가거나 또 차벽을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도 있었고요. 또 이런 와중에 경찰관 3명이 탈진했습니다.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고요, 1명은 시민이 던진 물체에 맞아서 눈 위쪽을 조금 다쳤습니다.

그리고 의경 4명이 탈진했고 1명이 다쳤는데요, 중상자는 없었습니다.

[앵커]

저도 어젯밤에 특보 거의 1시가 돼서까지 했는데 그때까지 지켜봤는데 일각에서는 일부 언론에서는 굉장히 조직적인 충돌이 있었다, 이렇게 보이는 장면도 나왔는데 실제로는 그랬던 상황은 아니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워낙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치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부 충돌이 어떻게 보면 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극소수 참가자들이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폭력적이지 않았고요, 이런 폭력적인 시민을 막은 게 또 경찰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였습니다.

차벽을 넘거나 물건을 던지는 시민들을 향해서 하지 마를 외치면서 야유를 하기도 했고요, 몸싸움을 한 경찰에게는 수고했다며 등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빼앗은 방패를 돌려주는 모습도 있었고요, 대오에서 이탈한 경찰들이 시위대 한가운데를 지나다녀고 아무런 위험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분위기였습니다.

시민 23명이 연행되기도 했는데요, 경찰 얼굴을 때린 1명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는 나머지 새벽 시간에 해산에 불응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였습니다.

[앵커]

어제 총규모가 100만 명이었기 때문에 경찰과 바로 앞에서 대치한 부분에서 일부 몸싸움이 있었고 했다는 건데 대개는 시민들이 말렸다, 이런 얘기고요. 그런데 이전 집회를 보면 조직이 이끄는 집회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럴 때 과격한 모습이 나타났었는데 어제는 조직 쪽에서 참가한 집회 참가자들도 역시 좀 다른 모습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차벽 앞에서 서 있었던 시민들은 대체로 조직원들이 아니었는데요. 집회 주최 측도 저희 취재진에게 혹시 폭력사태가 날까 봐 매우 조마조마하다는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차벽 앞에는 노조나 시민단체 소속보다는 대체로 일반 시민들 중에서 흥분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주최 측이 대치 지점 뒤쪽에서 공연이나 노래를 계속하면서 시민들을 뒤로 유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대통령의 불법이고 그리고 퇴진 요구인데 폭력이 부각되면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는 얘기를 계속 많이 했습니다.

[앵커]

그랬죠. 어제 집회 참가자들의 절대 다수가 이게 폭력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했던 게 역력히 드러났는데 그래서 차분하고 평온하게 끝까지 이루어졌고요. 경찰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죠.

[기자]

경찰도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10시간 넘게 대치가 계속되는데도 지켜만 보고 있었고요. 그리고 적극적인 해산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시작했습니다.

차벽 앞에서 대치가 격렬해지자 오히려 병력을 뒤로 빼버리기도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경찰 관계자는 사상자가 만약에 나오면 우리도 부담이 되고 방패막이 되어줄 사람도 전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즉 정권보다는 민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죠. 돌아오는 토요일에도 집회가 있죠?

[기자]
19일에도 역시 대규모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정치권과 청와대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다소 격앙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지켜본 분위기를 보면 집회의 동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촛불집회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박창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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