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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청문회' 허 찔린 청와대…여야 쟁점법안은 폐기

입력 2016-05-20 08:35 수정 2016-05-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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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권한이 강화된 만큼 당혹감을 감추기 가장 힘든 곳이 이 청와대 일텐데요. 청와대 취재기자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조민진 기자가 나왔습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그렇게 통과를 촉구했던 노동시장개편 관련 법안 등 이른바 여야 쟁점법안은 결국 폐기가 됐죠?

[기자]

네. 어제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파견법을 비롯한 이른바 노동4법,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과 같은 여야 쟁점 법안은 상정조차 못됐습니다.

이제 해당 법안들은 어제부로 폐기된 것이고요, 정부 여당은 20대 국회에서 다시 관련 법안들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각종 공식석상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를 비판해 온 만큼,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착잡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직접 공식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청와대 : 여야의 이분법적 진영논리에 갇혀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선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거군요? 청와대 입장에서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보이는데요?

[기자]

네. 청와대 내부에선 "이제 사안마다 청문회를 할 수 있게 됐다", "일 하나도 못할 수도 있다"는 당혹감이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앞선 리포트에서도 보셨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만 있어도 소관 현안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는데요.

따라서 그동안 친박계나 여당 주류 측에선 국회운영이나 국정수행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했고, 때문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하고도 본회의 상정이 안됐던 겁니다.

그런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번에 본회의에 부의돼 있던 해당 안건을 전격 상정하고, 새누리당 비박계와 탈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생기면서 법안이 통과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의원들을 향해 당부의 말도 남겼는데요, 들어보시죠.

[정의화/국회의장 : 저는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20대 국회에 들어오실 분들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 다음 선거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참된 국회의원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20대 국회는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능과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앵커]

새누리당에서조차 이탈표, 이른바 반란표가 나왔다하지만, 당장 여당 주류에선 통과된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논의해야 된다고 나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무시했다", "독단"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던 사례를 들면서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도 "20대 국회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정부 여당 입장에선, 식물국회 논란을 부른 선진화법 만큼이나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새누리당 : 그러지 않아도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 정쟁만 일삼는다, 싸운다. 국민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데 현안에 대해서 정쟁만 일삼게 되고 상임위가 본연의 업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길을 열어준 데 대해서 저희가 우려를 표명하고 저희가 반대를 했었고요.]

이에 대해 정의화 의장 측은 의사일정 작성은 의장의 고유 권한이며 이미 여야 3당 원내지도부에 상정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도 분석이 됐지만,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박계의 반란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친박계 반발로 새누리당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것도 그렇고, 여당 내 계파 갈등 어떻게 될까요?

[기자]

20대 총선 전 공천 파동에 이어,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뼈아픈 패배를 겪고도 당내 계파 갈등은 오히려 더욱 수면 위로 불거지는 모습인데요.

친박 핵심에선 비박계가 쇄신을 명분 삼아 청와대나 주류 친박계를 공격하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부 공격보다는 화합에 초점을 맞춰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인데요.

예를 들어 당 비대위와 혁신위를 비박계 일색으로 꾸려 친박계 반발을 산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금이라도 당 화합에 방점을 두고 수습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비박계 입장에선 총선 패배를 부른 공천 갈등 배경, 당청관계에 대한 재고나 반성이 우선이라며 대통령이나 청와대 책임론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진연석회의를 갖고 비대위 인선 문제를 새로 논의할 예정인데요. 당내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작점이 될 지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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