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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행사 갔다 '집단 눈병' 호소…피해자 40여 명

입력 2019-12-25 21:13 수정 2019-12-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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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 산하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집단으로 각막염 같은 눈병이나 피부병에 걸리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치료용 렌즈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40명이 넘습니다.

최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역의 한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A씨는 한 달간 눈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역의 힘이라는 정부 기관의 포럼에 참여한 직후부터였습니다.

행사 때부터 눈이 충혈되고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A씨 : 너무 통증이 심해서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흰색 모래알 같은 걸 뿌린 것처럼 각막에 (상처가 나서) 용접할 때 보안경을 쓰지 않은 거랑 비슷한 외상이라고…]

병원은 이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돼 각막염과 결막염이 생겼다고 진단했습니다.

A씨와 같은 증상을 겪은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40여 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행사에 참여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A씨 : 제가 아는 바로는 그 방에 있었던 인원은 전체 다 (병에) 걸린 걸로 알고 있어요. 한 40~50명 정도…]

이 행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지역문화진흥원 등 4개 기관이 주최했습니다.

전국 곳곳의 문화재단 직원들과 지역인사들이 참여해 1박 2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B씨 : 주최 측에선 거의 눈물약 같은 것만 처방을 약국에서 사 와서 배포하고, 치료를 어떻게 받으라는 거에 대해서는 전혀 없었고…]

일부 피해자들은 치료용 렌즈까지 필요할 정도이고 주변에 전염시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은 사고가 난 뒤에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원인조차 알지 못했다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뒤늦게 역학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최규진 기자가 계속해서 보도해드립니다.

[기자]

사고가 벌어진 곳은 지난 1999년에 지어진 충남의 한 물류센터입니다.

완공된지 20년이 지났습니다.

행사 당시 건물 2층을 8개 방으로 나눠 300명이 넘는 인원을 참여시켰습니다.

사고가 난 40평 규모의 공간에선 오전 9시 반부터 행사가 열렸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6시간 가까이 머물렀습니다.

[A씨 : 아직도 원인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없고요. 유해물질일 수도 있잖아요. 설명 같은 건 전혀 없고 그런 불안함이 제일 큰 거 같아요.]

주최 측은 뒤늦게 피해보상과 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행사에 쓰인 등유 난로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최 측 관계자 : 날씨가 추워서 등유 난로를 좀 사용했었는데, 거기서 기름을 붓다가 일부 엎질렀나 봐요. 창문을 열고 환기했는데 그럼에도 잠재적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어서…]

피해자들은 행사 도중에도 환자가 발생했지만 주최 측이 일정을 강행해 더 큰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 : 훨씬 심한 분들도 계세요. 행사 중간에 불편하신 분들은 (병원에) 갔다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행사를 중단하진 않더라고요…]

주최 측은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피해보상과 치료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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