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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선감학원, '역사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지만…

입력 2019-11-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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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들을 가둬서 노동을 시키고 굶주림과 구타가 일상이었던 곳입니다. 1982년에 문을 닫았죠. 경기도에 있는 '선감학원'의 실상입니다. 인권유린의 흔적들은 아직도 거기에 남아 있는데요. 피해자들은 역사적인 공간으로 바꾸자고 호소하지만 진척이 없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긴 지붕 밑에 작은 창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달려있습니다.

ㄴ자 모양의 기둥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데요.

건물 끝까지 한 번 가보겠습니다.

건물 끝에 와 봤더니요, 덩굴이 한쪽 면을 뒤덮어서 오래된 건물인 것처럼 보입니다.

특이한 구조의 이 건물은 1942년부터 40년 동안 소년들을 가두었던 선감학원 수용소입니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차로 오갈 수 있는 서해의 섬 선감도.

일제가 부랑아 수용이란 명목으로 1942년 이 섬에 만든 선감학원을 해방 뒤엔 경기도가 운영했습니다.  

복장이 남루하다거나 길을 잃어 이곳으로 끌려왔고, 경기도 추산 4691명이 이후 강제 노역과 폭력, 인권 유린에 시달렸습니다.

13세 이하가 40%가 넘고, 부모 형제가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결국 1982년 폐쇄됐고, 지금은 마을 주민과 외부인이 경기도로부터 건물을 임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불법적치물이 가득 쌓인 좁은 길을 올라가면 컨테이너 두 개가 이어진 작은 박물관이 나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이게 숙소 건물이거든? 일곱 동이잖아요? 이게 지금 이것만 남아 있다고.]

세월 속에 바뀌거나 헐린 것도 있지만, 일부는 그때 그대로입니다.

당시 소년들이 숱하게 오가던 길을 따라 저도 걸어와 봤습니다.

한쪽을 보니 쓰레기더미 옆에 폐컨테이너도 있는데요.

들어와 봤습니다.

바로 보이는 게 라면봉지 옆에 맥주병과 소주병까지, 컨테이너 전체가 쓰레기가 되어서 길에 버려져 있습니다.

소년들이 누에를 기르던 곳.

표지판은 부러져 있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이렇게 다 파손시킨 거예요. 여기 관리를 안 하니까. 아까 보셨잖아요. 쓰레기 쌓여 있던 거.]

길을 따라 소년 80여 명이 살았던 한 기숙사 건물까지 도착했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이거 옛날 건물 그대로예요. 기둥도, 창틀도 그대로고. 여기서 애들끼리 이러고 있는거야. 바람 막잖아요.]

지금은 잠긴 상태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가 나옵니다.

많은 소년이 탈출을 시도했던 곳입니다.

[유기석/선감학원 피해자 : (이 도로가 그때 당시엔) 다 바다였어요.]

일부는 탈출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빠져 죽은 소년도 많았습니다.

떠내려온 시체는 외진 풀숲에 묻혔습니다.

봉분 없는 묘들엔 이름도 없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도망가다가 죽은 아이들. 한두 번 온 기억이 있어요. 깊이 파지도 않아요. 묻어 놓고 선감학원가 한 번 불러주면 그게 마지막 고별인사고.]

피해자들은 이곳을 이제라도 역사공원으로 보존하거나 피해자 쉼터로 활용하기를 바랍니다.

[유기석/선감학원 피해자 : 우리 후세들한테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그냥 묻혀지지 않는 것을 기록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감학원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도 있어 논의는 쉽지 않습니다.

[선감학원 건물 주민 : 반대하죠. 그럼 난 어디 가서 살아요? 안 좋은 걸 다시 우리한테 얘기할 필요가 있나?]

오랫동안 인근 마을에 살며 선감학원의 실상을 직접 보고 들은 사람들도.

[주민 : 보상을 뭘 근거로 해주냐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주지.]

보상의 법적 근거로 여겨지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내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만 아직 법사위는 이 법안을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선감학원 특별법도 발의됐지만 계류 중입니다.

[경기도청 : 특별법이 빨리 돼서 국가가 어떻게 하겠다는 부분이 나와야…]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몇 년이 걸려도 맨날 그 자리에 있다는 거. 진짜 이해하기 힘들어요. 남도 아니잖아. 국민인데, 피해 당사자고.]

위령비는 방패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영혼이나마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고령에 접어든 살아있는 이들은 아픈 역사를 기억해줄 것과 국가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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