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자욱한 유독가스는 낮은 곳에서 시작돼서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일상대로 흘러가던 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가스 테러
재난의 한 가운데에 놓인 두 청년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단순한 오락 영화인 줄 알았는데 메시지는 의외로 묵직했습니다.
그것을 알아본 관객들은 영화의 제목 뒤에 '
헬조선 탈출기'라는 별칭을 붙여주었지요.
낡은 구도심에서 신시가지로 갈수록 아찔하게 올라가는 건물의 높이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곳을 향해 뛰어야 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계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가질수록 안전한 생존이 가능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으니까요.
안전수칙을 고스란히 다 지켜서 결국 사망했다는 청년에 대한 조사 결과는 물론이었고,
"
김용균 씨는 작업 지시를 충실하게 지켰기 때문에 숨졌다."
- 권영국 특별조사위 간사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 장, 아니 수백 장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재난이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 영화 < 엑시트 > 중
재난이란 지진이나 쓰나미, 유독가스가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과 사라진 계층 사다리 그리고 견고해진 빈부격차…
즉 현실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
관객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예상되었던 논란은 다시금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이후로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가 겪는 곤혹스러운 상황이기도 하지요.
물론 지나친 신상털기와 가족청문회라는 비판이 나왔고,
후보자의 주장대로 이 모든 의혹에 절차적 불법이 있는가 여부는 역시 청문회를 거치면서 밝혀질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해명에 왜 잘 설득되지 않는 것일까…
주어진 출발의 그 시작점이 다른 이들보다 높았으며…
다른 이들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했을 기회가 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게 주어졌다는 것…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 나와 내 자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사회의 생존 공식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되었으니…
"진짜 재난이 찾아왔다"- 영화 < 엑시트 >
유독 가스를 피해 더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달려가던 두 청년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결국 재난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합니다.
현실 또한 영화와 같으면 좋으련만…
낮은 곳에 갇혀버린…
그러나 올라갈 사다리도 없고, 달려야 할 체력도 소진된, 그들이 찾고 있는 출구…
'엑시트'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