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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청와대 '협치 내각' 승부수…2005년과 다를까

입력 2018-07-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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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3일)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꺼내든 협치 내각 카드가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야당 인사들까지도 내각에 참여시킨다는 점인데 얼핏보면 노무현 정부의 대연정 제안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 야당발제에서는 관련 얘기를 집중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기자]

갑작스러운 비보에 다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제 청와대가 향후 정국의 큰 변수가 될 만한 이슈를 내놨습니다. 협치 내각, 쉽게 말해서 야당까지 내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개각을 미뤄온 것도 야당의 내각 참여 문제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내각 참여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현 정부가 민주당 정부임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인사가 정부를 책임지는 게 책임 정치에 맞다는 논리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새로 들어설 정부는 민주당 정부임을 강조해왔습니다.

[제19대 대통령 취임식 (지난해 5월 10일) :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정치는 평소 소신이기도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잇따른 동거정부, 대연정 시도 실패 사례에 대한 반면교사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후 출간된 회고록 '운명이다'에서 2003년 국회에서 처음 동거정부를 직접 제안한 후 심경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내가 너무 낭만적이고 이상주의적이었던 것 같다.
동거 정부로 권력을 분점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문제를 검토하면서
나를 지지했던 국민과 정치인들이
이것을 이해하고 용인해 줄지 여부를 깊이 살피지 않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자서전 < 운명이다 > 중

이런 과정을 청와대 참모로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던 문 대통령에게도 내각을 떼어내주는 시도는 좋은 기억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협치 내각을 꺼내든 이유, 바로 산적한 현안 해결과 국정 운영 동력 창출을 위해서라는 분석입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의 개혁 입법안이 계속 쌓여만 가고 국가 혁신 동력도 점점 떨어지는 상황을 협치 내각을 통해 타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리가 129석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근데 국정(현안)은 아주 산적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고의 협치를 통해서 문제를 서로 간에 말하자면 도모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 협치 내각 카드, 아무래도 2005년 대연정과 여러모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각을 야당과 나누겠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와 여러가지 상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아닌 여당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청와대도 어제 여러 차례 여야 협의를 강조했는데 이는 청와대발 대연정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관계까지 엉망이 되었던 2005년 기억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연정 제안은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불편했던 열린우리당과의 관계가 더 심하게 뒤틀렸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까지 흔들리고 말았다…
결국 대연정 제안이 이런 행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으니
실로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자서전 < 운명이다 > 중

그리고 무엇보다 큰 차이는 바로 제1야당 대표입니다. 2005년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 공통점은커녕 공감대 형성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입지를 다지던 박 대표는 정권 후반에 접어드는 대통령의 제안을 결국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제1야당 대표인 김병준 비대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지난주였죠.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대연정 이야기가 화두였습니다.

[김병준/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지난 20일) : 대연정이라는 큰 카드를 꺼냈다가 그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반발을 하시는 바람에 무산이 됐고 또 야당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이 됐던 그 경험을 저도 가슴속에 여전히 안고 있습니다. 그냥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프게 안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협치 내각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하면서 가능성마저 잘라버렸던 2005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두 당 모두 정부 여당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협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에 가까워 보입니다.

[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장관 자리 한두 개 내어주면서 협치의 포장을 하려는 의도라면 안됩니다. 진정성 있는 협치, 정책 협치가 먼저이고 더 중요합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은 전혀 그럴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대립과 보복정치를 청산하고 제대로 된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자는 다짐을 한다면, 우리당 차원에서도 검토하겠다" 밝혔습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청와대의 협치내각 승부수…2005년과 다른 결과 나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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