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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자서전과 타서전…"이제 간극은 없기를"

입력 2017-05-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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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청년은 우물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망하는 나의 모습과 현실 속 나의 모습은 때론 같을 것이고. 때론 같지 않아 서글프기도 할 것입니다.

하물며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

"나는 광주사태 씻김굿의 제물"

그의 자서전이 논란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1일) 전해진 증언집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은 당시, 환자들이 피 흘리며 누워있던 병원에까지 계엄군이 총기를 난사했다는 슬픈 역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타서전… 누군가는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책을 출간했더군요. 둘 사이의 간극은 멀고도 깊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전임 대통령 역시 같은 논란을 불러온 바 있었고, 내일 재판이 시작되는 탄핵된 대통령 또한 시민과는 아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으니…

자신이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의 간극을 좁히기란 이토록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극사실주의 초상화가 유행했다는 조선시대에는 세도가의 얼굴이라 해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합니다.

정조시대 재상 채제공의 초상화는 비뚜름한 시선. 즉, 사시가 있는 그대로 그려졌고 심지어 일국의 왕이었던 철종의 초상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천연두 자국이나 사마귀도 있는 그대로…

그것은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스스로 보기에 부끄럽지 않음이 더 중요했다는 것이겠지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젊은 시인이 부끄러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정말 부끄러워야 했을 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제 남은 일주일…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고, 그 누군가는 그보다 먼 훗날 자서전을 쓸 것이고…

소망하건대 그 자서전은 그 뒤에 나올지도 모를 타서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를… 아니 더 소망하건대 타서전은 필요 없기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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