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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토론은 아직 두 번 더 남았습니다'

입력 2017-04-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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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전에서 저는 비록 경력이 일천한 진행자였지만 대통령 후보들이 릴레이로 참여하는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바가 있습니다. 당시의 주요후보는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정주영 후보 등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 중 한 사람, 즉, 김영삼 후보만은 릴레이 토론은 물론이고 TV 토론에도 끝까지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한참 뒤인 2010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담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후보였을 때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대처가 이런 조언을 했다는 겁니다.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데 왜 토론을 하느냐. 토론은 지는 쪽에서 이기는 사람을 흥분하게 해서 실수를 유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YS는 당시를 회상하며 "토론에 응하지 않아 굉장한 비판을 받았지만 그 여자 말이 참으로 훌륭하고 옳았다"고 했습니다.

더 인상적인 말은 그 다음입니다. "막상 선거 시작하니까 국민들이 다 그걸 잊어버리고 다른 곳에 초점이 가더라."

대선 토론을 기점으로 승패가 갈린 사례는 선거의 역사가 오랜 미국에는 제법 있지요. 이미 전설이 된 케네디와 닉슨의 텔레비전 토론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은 상대의 공격에 '또 시작하는군요' 라는 한마디로 분위기를 역전시켰습니다. 조지 부시는 재선에 도전할 때 초조한 모습으로 시계만 들여다봐서 졌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아마도 YS에게 그런 고약한 조언을 했다던 마가렛 대처는 이런 사례들을 잘 알고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토론이란 것이 궁극적으로는 유권자의 선택을 위한 과정이라면 그것을 피하거나 최소화 했을 경우에 결국 커다란 피해를 입는 쪽은 유권자, 즉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또한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어제 JTBC가 주최한 후보 토론이 있었습니다. 많은 평가가 따랐고, 후폭풍도 있는 것 같습니다.

25년 전의 풋내기 토론 사회자가 이만큼의 시간을 돌아 어제(25일)의 토론을 진행한 소감은 이렇습니다.

당시 YS 시절의 유권자들은, 혹 그의 주장대로 선거전에 들어가면서 토론을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유권자들은 여섯 번의 주어진 토론을 하나하나 기다리며,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토론은 아직 두 번이 더 남아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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