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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도…강남역 10번 출구 '거대한 추모의 꽃'

입력 2016-05-19 21:20 수정 2016-05-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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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역 10번 출구.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남긴 글입니다. 23살 그녀가 변을 당한 뒤엔 강남역엔 추모의 글이 적힌 색색의 메모지가 붙고 붙고 또 계속 붙어서, 마치 10번 출구 전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 무엇일까요. 강남역을 찾은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난 운 좋게 살아남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날 데리고 왔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로서,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는 여성의 연민과 슬픔과 분노가 담긴 말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틀째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강남역을 연결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버들 기자, 10번 출구는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추모의 공간으로 거듭난 이곳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는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내가 희생자였을 수도 있다'는 분노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누군가가 붙이기 시작한 쪽지로 출구 외벽은 빼곡하게 덮혀 있고요. 여기 보시면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그 시간, 그 장소에 가지 않아서 살아남았다'는 자조의 말이 적혀있습니다.

희생자를 위해 놓고 간 꽃도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앵커]

촛불 문화제도 열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뒤에도 꽤 많은 분들이 보이시는데… 분위기를 전해주실까요?

[기자]

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딱히 주도하는 단체가 없는데도 SNS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공유한 시민들이 모이고 있는 겁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희생당한 23살 여성을 기리는 자유발언이 이어질 때는 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마스크를 쓰고 참여했는데요. 이곳에 왔다가 사진이 찍혀 인터넷상에서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는 겁니다.

[앵커]

그게 요즘 세태이기도 하죠. 이렇게 추모 열기가 이어지는 것은 사실 좀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찾아온 분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시 것 같습니다. 그곳을 찾은 분들은 어떤 얘기를 하시나요?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봤을 법한 건물 층계 사이 화장실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변을 당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내가 그 사람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또 평소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에 대해 각자 분노하던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건데요.

이곳에 나온 시민 한 분 모셨습니다. 직접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오셨는지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은애/서울 합정동 : 저는 사건을 언론을 통해서 먼저 알았다기보다는 언론의 초기 대응에 분노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먼저 사건을 알게 돼서 그런 분노하는 데에 동의하면서 어쨌든 희생자분을 추모하면서 이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기자]

사건을 들으시면서 또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얘기들을 들으시면서 가장 화가 나거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은애/서울 합정동 : 어쨌든 저는 이게 여성 혐오 범죄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인데요. 그런 게 의미 없는 말이다, 이름 없는 폭력처럼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어떤 서사가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귀 기울이지 않고, 부정하려고 하는 어떤 말들이 가장 저를 분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기자]

그런 움직임들이 조금 바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죠.)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

네, 추모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혹시 어떻게 이어진다는 얘기는 나옵니까?

[기자]

시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약자에 대한 폭력이 없어지질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강남역 추모집회'라는 이름의 카페가 개설됐는데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오는 21일 역삼 공원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당분간 추모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강남역 10번 출구에 나가 있는 강버들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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