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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징벌적 손해배상제' 한국에는 왜 없을까

입력 2016-05-04 22:09 수정 2016-05-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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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를 시작할 텐데요. 어제(3일) 미국의 연방법원이 존슨앤존슨의 베이비 파우더에 난소암 유발 가능성을 인정하고 피해여성에게 62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또 어제 전해 드렸던 것처럼 이 베이비 파우더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관심을 가지실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이른바 '징벌적 피해배상액'. 이 620억원이지만 그 전에 다른 판결에서는 800억원이 넘는 배상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연히 가습기 살균제 사례를 떠올리면서 '우리는 왜 이런 제도가 없는가' 궁금해하시기도 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이 문제에 대해서 김필규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서 손해배상을 받게 돼도 과연 그 피해액을 보장할 만큼 충분하겠느냐. 이런 우려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나하나씩 따져보면 이제 옥시. RB코리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옥시제품을 이용했던 1, 2등급 피해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보상을 하고요. 그 외에 이제 3, 4등급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총 1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앞으로 이제 구체적인 액수가 또 각각에 따라서 정해지게 되겠지만 지난달 초에 앞서 이제 롯데마트측과 피해자 가족간에 법원 강제조정 결정이 나왔던 액수는 2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고요. 여기에 이 3, 4등급 피해자. 80%의 피해자가 옥시제품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한 사람당 해당하는 기금액수는 4000만원 정도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경우로 봐도 피해자 1명에게 620억원 주라고 했던 그 미국 판결과는 차이가 큽니다. 또 그리고 현재 국내법상 이런 상당한 수준의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백성문/변호사 : 통상적으로 손해를 산정할 때, 그 사람의 직업이나 이런 걸 다 고려를 해요. 예를 들어서 전업주부가 사망했다고 하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산정으로 하다보니까 많이 안 나와요. 우리나라 손해배상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외처럼 몇십억, 몇백억의 배상이 나오는 경우는 없죠.]

[앵커]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는 건 우리한테는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건데 그러면 우리는 왜 그게 없을까요.

[기자]

기존의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경우에 민사상 처벌받을 일을 또 처벌받는 이중 처벌의 우려가 있고요.

또 판사나 배심원에 따라서 판단 기준이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악용한 소송이 또 많아질 수 있고요.

판결 한 번에 기업 자체가 휘청거리는 그런 힘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소송을 대비하고 또 보험가입하는 데 돈을 더 쓸 수 있다, 결국 그 비용은 다 소비자에게 갈거다, 이런 이유에서 도입이 안 됐던 겁니다.

[앵커]

외국이라고 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다 도입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 미국은 당연히 있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서 독일, 일본쪽에 또 그런 게 없다고 하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른바 대륙법 체계에서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 처벌이 없다는 이야기인 건데요. 하지만 우리도 그렇다고 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이건 법 체계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직접 먼저 들어보시죠.

[강병진 소장/미국법연구소 : 우리가 기본은 대륙법계지만, 현재 우리가 미국법 제도를 많이 이미 수용을 했어요. 국민참여재판제도도 (미국의) 배심원제도를 인용한 것 아닙니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영미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건 이제 좀 궁색한 거죠, 사실은.]

또 게다가 이제 우리 현실에서 피해자가 피해 내용을 스스로 입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징벌적 배상제가 필요하고요. 또 소송이 남발될 거라고는 앞서 지적이 나왔지만 오히려 기업이 징벌적 배상을 피해서 적극적인 합의에 나서게 될 경우 소송이 줄 수 있다는 그런
반박도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본보기적 손해배상이라고 해서 앞으로 유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의미가 크다고 또 이야기를 했습니다.

[앵커]

하여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우려하거나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이런 얘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요.

2012년에 법학자와 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연구에서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94%가 현재 손해배상제도에 문제가 있다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손해배상액 자체가 적고 또 절차가 복잡해서 사실상 불법행위가 생기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실제 손해를 메울 만큼 충분하게 배상이 안 된다, 그런 지적이었습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이제 어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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