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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살균제 피해자' 분노의 기록, 외면한 그들…

입력 2016-05-03 22:14 수정 2016-05-0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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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분노와 절규. 어제(2일) 보셨습니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소중한 가족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저희 탐사플러스 취재팀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피해자들의 호소와 애원을 모른척했던 기업, 그리고 정부에 대해서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윤샘이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2009년 4월 2일 새벽 3시. 아내의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연우가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동네병원에서는 그냥 감기인 것 같다. 낫질 않으니까 애가. 이제 좀 큰 병원으로 갔죠. 폐렴이라고 하더라고요 맨 처음에.]

연우는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지 일주일, 그리고 세상의 빛을 본 지 6개월만에 하늘로 떠났습니다.

연우를 납골당에 데려다 놓은 다음날, 이번엔 아내가 쓰러졌습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폐 사진 두 개를 보더니 똑같다. 폐 사진이 엄마랑 애랑 똑같은 병이다.]

아내도 아들처럼 응급실과 일반 병실, 중환자실을 거쳐 한달 만에 연우 곁으로 떠났습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와이프는 '자기가 (병을) 옮겼다' 그 생각을 한 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갈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고 갔어요. 그게 아니었는데.]

혼자 남았다는 죄책감에 자살 시도만 3번 했던 최씨는 아들과 아내를 보내고 4년이 지나서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한참 이슈가 돼서 정부에서 발표하고 그랬지 않습니까. 내가 거기에 타주고 내가 구매해오고, 그게 너무 한스러운 거죠. 나는 멀쩡히 살아있고.]

가해 기업의 뒤늦은 사과는 최씨를 더욱 절망스럽게 합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기자회견 그건 기자분들한테 사과한거고, 검찰한테 사과 한거고 이 나라한테 사과한 거예요. 국민들한테 사과한 게 아니고.]

옥시 측의 사과가 있었던 어제 오후, 휠체어를 탄 윤정애 씨가 산소호흡기를 차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윤정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15년 동안 고통받은 생각을 하면, 오늘 기자회견을 보고 사과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씨는 2001년 말부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용한 지 두달 뒤부터 폐렴 증세가 나타났고 상태는 점차 악화됐습니다.

당시 임신중이었던 윤씨는 약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결국 임신 7개월만에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윤정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분명히 믿음. 일단 큰 회사잖아요. 광고도 하고. 그리고 제품 앞에 인체에 무해하다 쓰여 있고, 그러니까 전혀 그런 걸 생각 안 했죠.]

지금도 폐 기능이 정상의 40%에 불과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윤정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너무 분통 터지죠. 우리는 그걸 사용해서 가정이 완전히 파괴된 거예요. 애 어렸을 때 업어주길 하나, 운동장에서 달리기하면 같이 뛰어줄 수 있나.]

피해자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건 그동안 옥시가 보여온 행태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옥시 한국법인에 분노한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 본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난 건 옥시 측 법률 담당과 보안요원이었습니다.

먼 길을 찾아간 피해자들을 억지를 쓰는 불청객 취급을 한 겁니다.

[강찬호 대표/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지난해 8월) : CEO를 만나게 요청했는데 법률 쪽 담당하는 이사 두 분 나오고 나머지는 보안 쪽 담당. 우리를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거죠. 만에 하나 사건칠까봐.]

뒤늦은 옥시의 사과에도 피해자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안성우/피해자 유가족 : 피해자 가족들 자체를 우습게 본다는 거죠. 자기들 영업 매출에 영향이 생기니까 결국은 여론에 떠밀려서 마지못해 하는 걸로 밖에 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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