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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입력 2016-01-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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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칼바람 부는 거리에 소녀가 앉아있습니다. 부산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뒷문 앞입니다.

부산엔 청동으로 만든 소녀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 자리에 의자를 놓고 앉아 대신 소녀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군요.

감춰졌던 잊혀졌던, 혹은 잊고 싶었던 소녀들의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한-일 정부의 합의안 발표 이후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본질을 흐리려는 일본의 발언은 연일 이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일본과는 정반대인 '사죄의 독일'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매우 복합적인 배경에서 연유합니다.

"독일은 이웃나라들과 화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느꼈고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는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해왔기 때문"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의 칼럼 중 한 구절입니다.

그들의 사과는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진심 어린 사죄와 무거운 책임의식 없이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없이 우열한 자들이 일본과 한국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참혹한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 없이 불가역적이라 강조하는 일본. 그리고 이게 최선이었다고 강조하는 정부.

시민들은 그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감춰진 사실은 또 하나 있습니다.

"강자에게만 사과하는 독일"

중앙일보 남정호 논설위원이 소개한 독일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독일은 20세기 초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8만명에 가까운 양민을 학살했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학살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한 것은 100년이 지난 뒤였고 그것도 총리가 아닌 장관의 연설을 통해서였죠. 경제적 배상 역시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과하는 독일과 사과하지 않는 독일. 그 차이는 무엇인가.

"미국 내 유대인의 영향력은 강하고 나미비아인은 약하니까. 슬프게도 그게 국제사회이고. 제대로 일본으로부터 사과받으려면 우리부터 강해져야 한다"

차가운 현실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오늘(13일)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사과도 법적 배상도 받지 못했고 일본을 능가할 만큼 강하지도 못한 우리는 이대로 매듭을 지어야만 하는 것인가.

영하의 날씨에 거리로 나선 2016년의 소녀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그들은 지난해 많이 회자된 영화 < 암살 >의 대사처럼 그렇게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오늘의 앵커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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