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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조절 못하는 '욱 사회'…증가하는 '분노 범죄', 왜?

입력 2015-10-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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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2일) 탐사플러스, 주목할만한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내용인데요. 길을 가다 어깨가 부딪혔다며 모르는 사람을 흉기로 찌르고,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아무 데나 불을 지르고. 최근 저희 취재진이 보도해 드린 사건들로, '홧김에', 그리고 '욱해서' 저지른 이른바 분노 범죄들 내용입니다. 세상 참 험악하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분노조절장애를 경험했고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실 보복운전도 여기에 속하는 문제죠, 남의 일이 아닌 건데요. 오늘 탐사플러스의 주제는 욱하는 분노사회입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재래시장.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이 들어갑니다.

주머니에서 꺼낸 라이터를 가게 앞 쌓인 이불더미에 댑니다.

순식간에 불이 타오릅니다.

그로부터 9일 뒤 인근 주택가.

이번엔 골목길에 놓인 오토바이에 불이 붙었습니다.

[피해자 : 전화받고 나와보니까 벌써 오토바이는 전소 돼버린 상태였어요.]

이 일대에서 3개월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만 10여 차례. 범인은 해당 구청의 공익근무요원 이모 씨였습니다.

[김병한 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여자친구로부터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다고 구박을 받아서 화가 나 우발적으로 방화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한 남성이 검정색 SUV 차량에서 내리자 맞은 편에 있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높여 돌진합니다.

차 앞유리가 산산조각 났고,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굽니다.

운전 중 시비가 붙자 자신의 차로 들이받은 겁니다.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된 운전자의 범행 동기는 다름 아닌 직장 스트레스였습니다.

상사로부터 질책을 듣고 기분이 안 좋던 차에 시비가 붙어 홧김에 저질렀다는 겁니다.

[곽대경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심각한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에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폭력적인 공격행위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태어난지 53일된 딸 아이를 스테인리스 찜통에 넣어 숨지게 한 여성 김모 씨도 마찬가지 경우였습니다.

범행 전날 부부싸움 중 "이혼하면 아이를 보육원에 보낼 수도 있다"는 남편의 말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임병숙 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애를 보육원에 보내느니 애기도 죽이고 나도 죽고 모든 걸 끝내 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평소에도 김씨는 양육을 두고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웃주민 : 유리가 다 깨졌잖아. 부부 싸움하고 막 시끄러웠다고.]

모두 평소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만난 우리 주변 평범한 시민들도 분노를 참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영준/대학생 : 길 가면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 냄새를 다 맡을 때 정말 욱해서 폭력을 가할 것만 같은.]

[김성배/대학생 : 게임할 때 같은 팀이 의도적으로 지게 할 때.]

[안서윤/고등학생 : 아무래도 고3이다 보니까 조금만 시끄러워도 많이 욱하게 되고.]

[임예나/대학생 : 지하철 타고 통학하거든요. 사람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는 사람들 있잖아요.]

[장문희/주부 : 갑자기 끼어들거나 이런 운전자를 봤을 때 욱하는 거 같아요.]

[최병욱/회사원 : 제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빨리 안나올 때 제가 성격이 급하다보니까 갑자기 욱할 때가 있어요.]

올 초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5명 중 1명이 분노조절 실패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열명 중 한 명은 전문가 상담 등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쟁적인 사회 구조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는 '분노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병수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피로사회라고 하죠.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억압이 많이 심해지는 사회에 산다면 스스로 폭력성이나 공격성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그런 잘못된 욕망이 쉽게 표출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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