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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수학시간에 계산기를…'수포자' 줄어들까?

입력 2015-03-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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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육부가 어제(15일)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내놨는데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지금 보신 것처럼 학부모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많은데,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겠죠. 이 문제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물론 딱 결론 내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으나, 대상으로 올려보죠.

김필규 기자, 교육부에서 이런 방침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그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수학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들이 들어가 있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수포자.' 오늘 팩트체크가 주목한 단어인데요, '수학을 포기한 자'를 뜻합니다. "한국 학생들 중 많게는 50%가 수포자다" 이런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산기 쓰게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 건데, 사실 2009년 교육과정에서 이미 들어가 있던 게 이번에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 나온 겁니다.

[앵커]

수포자… 저도 그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산기를 쓰면 수업도 그렇고 문제 자체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기자]

만약 어떤 문제에 이런 보기(①-13.5 ②0 ③15 ④3.2145672)가 나왔다고 하면 아마 우리나라 학생들은 답을 모를 때 거의 ②번을 찍을 겁니다.

④번 같이 복잡한 수는 손으로 계산해 나올 수 없으니 아마 절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미국 시험에선 계산기를 쓰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④가 답이 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고, 우리도 이렇게 문제 자체가 바뀔 수 있는 겁니다.

미국에선 '수학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격렬한 논쟁 끝에 1994년부터 수업은 물론 미국 수능인 SAT에서까지 계산기를 쓸 수 있게 됐는데요, 미국 고등학교에서 쓰는 게 저 그래핑계산기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함수를 입력하면 계산기 상에서 그래프까지 그려지면서 답이 착 나오는 식입니다.

[앵커]

저렇게 아예 그림으로 나오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부에선 이렇게 계산기를 쓰면 풀이 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하면, 엄두도 못 냈던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 가져봐도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그렇다는 내용의 연구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하면 산수개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학습능력도 향상된다는 내용인데요, 국내에서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더니 계산기를 쓸 때 재미도 더 느꼈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앵커]

미국에서는 그러면 20년 이상 이렇게 해온 것인데, 실제로 관심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까?

[기자]

썩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UC샌디에고에 예핌 젤마노프 교수라고 있는데 39살 때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을 받은 인물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래전부터 7 더하기 4같은 것도 계산기를 쓰다 보니 실력이 떨어졌다. 수학을 쉽게 가르친다는 것은 안 가르친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만 15세 대상으로 한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미국은 수학 분야에서 하위권이고, 역시 계산기 쓰는 영국도 썩 좋지 않은 성적입니다.

지금 미국 현지에서 SAT 대비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는데, 들어보시죠.

[황상/SAT 강사(게이트웨이 LA) : 내가 본 많은 학생들은 계산기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서 간단한 계산조차 계산기를 쓰지 않고는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능력과 계산기 사용은 연관이 없고) 손으로 못 푸는 학생들은 계산기로도 못 풀 것이다. 내 생각엔 (한국에서)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면 학생들은 100% 머리로 계산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앵커]

저분이 미국에서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OECD 순위에도 잠깐 나왔지만 한국이 부동의 1위잖아요? 지금도 저렇게 잘하는데 계산기를 써서 전체적으로 학력을 저하시키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를 할 만도 하네요.

[기자]

네, 그런 우려도 분명히 있고요. 말씀하신 대로 한국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다 보니까 세계적인 작가 말콤 글래드웰도 이에 대해 분석한 게 있었습니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한국 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것은 숫자체계가 더 논리적이어서 그렇다." 일레븐, 투웰브 아니고 십일, 십이 이렇게 쓴다는 거죠. 또 "워낙 고된 쌀농사에 익숙하다 보니 끈기가 있어 수학도 잘 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 말만 보면 수업시간에 계산기 쓰나 안 쓰나 한국 학생들은 계속 수학 잘할 것 같은데, 이 말이 사실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보긴 힘들겠죠.

[앵커]

국내 전문가들은 뭐라고 합니까?

[기자]

학계에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취재 결과 대한수학회는 좀 부정적인데 "계산기 사용하는 나라를 보면 우리보다 수학 포기자 많다. 결과를 쉽게 얻는다고 해서 수학이 쉬워지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에 한국수학교육학회에선 재미있는 비유로 반박을 했는데, 이건 노래방 논란과 비슷하다, 노래방 기계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가사 잘 못 외우게 됐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래도 전반적인 노래실력은 늘었다는 거죠.

[앵커]

여러 가지로 판단하기가 참 어렵네요. 그러면 수학시간 계산기 사용이 시행돼도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겠군요.

[기자]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수준을 보면 OECD 34개국 중 부동의 1위입니다.

그런데 수학에 얼마나 재미를 느끼느냐, 나중에 수학을 잘 활용할 것 같으냐에 대해선 거의 꼴찌 수준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3명이나 배출한 필즈상 수상자도 우리는 한 명도 없습니다.

계산기 쓰느냐 마느냐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 수학교육에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 지점부터 차근차근 접근해서 이 어려운 문제를 정말 잘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계산만 잘한다고 해서 수학을 잘하는 건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돈 낼 일이 있어서 계산할 일이 있었는데요. 두자릿수 세 개를 더하는 거였거든요. 저는 그걸 보자마자 금방 계산을 끝냈는데, 계산하는 직원은 그날 하필 계산기가 없었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가르쳐줬더니, 나중에 계산기로 찍어보고 저를 존경의 눈초리로 봤는데… 분명한 건 저는 수포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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